김은숙, 김은희, 노희경 작가가 '태양의 후예' '시그널' '디어 마이 프렌즈'(왼쪽부터)로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사진=KBS·tvN> |
[뉴스핌=이지은 기자] 유독 올해는 내로라하는 드라마 작가들이 대거 안방극장을 찾았다. 매 작품 독창적인 유행어를 탄생시킨 작가부터 장르물의 대가, 드라마계 대모로 불리는 작가들까지. 볼거리도 풍성해지고, 시청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하지만 스타작가들의 희비가 아쉽게도 갈리고 있다.
◆상·중반기 점령하며 성공적인 복귀…김은희·김은숙·노희경
2016년 1월부터 ‘장르물의 대가’로 불리는 김은희 작가가 tvN ‘시그널’로 복귀했다. SBS ‘쓰리데이즈’ 이후 2년 만의 집필인 만큼 기대감이 높았다. 출연 배우도 대단했다. 김혜수, 조진웅, 장현성, 이제훈, 정해균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여기에 주제마다 특별 출연한 배우들은 극의 몰입도를 높이면서 성공을 이끌었다.
사실 ‘시그널’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건 극본의 힘이 가장 크다. 무전기 하나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며 미제사건을 푸는 주제는 모두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1회 시청률도 5.415%(닐슨, 케이블플랫폼 가입 가구 기준)로 괜찮았다.
김은희 작가는 다음 회를 추리할 수 있는 작은 미끼(?)를 던지며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 충격적인 반전으로 신선함은 물론, 재미까지 잡았다. 그 결과 시청률은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였고, 10회 만에 9.195%(2월 20일 방송분)를 기록하며 10%를 목전에 두기도 했다. 마지막 회는 12.544%를 기록하며 다시 한 번 ‘장르물의 대가’의 위엄을 떨쳤다.
김은희 작가의 '시그널'과 '무한도전'의 '무한상사'(위), 김은숙 작가의 '태양의 후예' '상속자들'(아래) <사진=tvN·MBC·KBS 2TV·SBS 방송 캡처> |
최근에는 MBC ‘무한도전’의 ‘무한상사’에서 극본을 맡아 반전 있는 전개로 시청률을 견인했다. ‘무한상사’ 1부는 무려 15.7%(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동시간대 1위를 지켰다.
‘시그널’이 주말을 책임졌다면, 김은숙 작가는 지상파 드라마로 복귀해 평일 수, 목요일을 장악했다. ‘로맨스 최강자’로 불리는 김은숙 작가는 KBS 2TV ‘태양의 후예’로 전국에 '태후' 신드롬을 몰고왔다.
사실 김은숙 작가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이 드라마 속 유행어다. 그러다보니 ‘태양의 후예’ 속 유행어와 더불어 ‘송송커플(송중기·송혜교)’ ‘구원커플(진구·김지원)’의 케미에 대한 기대치를 자연스레 높이는 홍보효과를 봤다.
또 다소 뻔할 수 있는 러브라인을 김은숙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재치있게, 그리고 애절하게 표현했다. 첫 방송 시청률도 14.3%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마지막 회는 무려 38.8%란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 결과, 동시간대 방송됐던 SBS ‘돌아와요 아저씨’는 2.6%로 쓸쓸히 퇴장했다.
김은숙 작가는 ‘태양의 후예’를 통해 드라마 속 배우들을 대세 반열에 올림과 동시에 ‘다나까’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그가 만든 유행어의 파급력은 가히 대단했다. CF와 대중의 말투 그 어느 곳에서도 ‘~하지 말입니다’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기도 했다.
노희경 작가는 SBS ‘괜찮아 사랑이야’ 이후 2년 만에 tvN ‘디어 마이 프렌즈’로 안방극장을 찾았다. ‘그들이 사는 세상’(2008), ‘빠담빠담’(2011),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 그리고 ‘괜찮아 사랑이야’(2014)까지 모두 주인공은 대세 스타들이었다.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즈' '괜찮아 사랑이야' <사진=tvN·SBS 방송 캡처> |
그간 공효진, 조인성, 한지민, 송혜교, 현빈까지 톱스타와 함께 했던 노희경. 2년 만에 브라운관을 찾아온 그는 ‘디마프’에 떠오르는 신예 배우들이 아닌, 중견 배우들을 대거 기용했다. 김혜자, 고두심, 나문희, 윤여정, 박원숙, 신구, 주현, 김영옥 그리고 고현정이 그 주인공. 중견 배우들을 앞세워 황혼의 청춘에 대해 솔직하게 풀어낸 결과, ‘디마프’는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드라마로 호평을 얻었다.
실제로 '디마프'는 딸과 엄마의 남자 문제와 결혼으로 인한 갈등, 그리고 부모님의 치매, 황혼 이혼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 공감대를 형성했다. 1회 시청률도 4.895%를 기록했고, 15회는 8.087%(7월 1일 방송분)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마지막 회는 6.870%로 다소 하락했지만, 여운과 감동을 남긴 ‘힐링 드라마’로 남았다.
◆굴욕적인 퇴장…김수현·이경희 작가 '머쓱'
드라마계 대모로 불리는 김수현 작가와 정통멜로의 진수 이경희 작가는 앞선 작가들과 달리 쓸쓸한 퇴장을 맞이했다. 2년 만의 복귀였지만 조기종영은 물론,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SBS는 김수현 작가의 ‘그래, 그런거야’로 11개월 만에 주말극을 부활시켰다. 여기에 프리퀄 방송까지 내보내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모두 허사였다. 1회 시청률은 4.0%로 저조하게 시작했고 시청률 반등의 기회를 몇 번이고 노렸지만, 아쉽게도 반전은 없었다.
그러다보니 60부작으로 예정됐던 드라마는 54부로 조기 종영했다. SBS 측은 8월 리우올림픽 관련으로 어쩔 수 없이 축소했고, 시청률에 대한 내부 인식도 괜찮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에 선뜻 동의하는 시청자는 과연 몇이나 될까.
굴욕을 맛보고 종영한 SBS '그래 그런거야'(위), KBS 2TV '함부로 애틋하게'(아래) <사진=SBS·KBS> |
최근 종영한 이경희 작가의 KBS 2TV ‘함부로 애틋하게’도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100%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진 ‘함부로 애틋하게’는 제2의 ‘태양의 후예’로 기대를 모았다. 또 수지, 김우빈이 주인공으로 나서 젊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방송 전부터 광고도 숱하게 '때렸다'.
하지만 예상외로 수지의 연기력이 발목을 잡았다. 늘어지는 전개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또 한여름에 방송됐지만, 사전제작이다보니 극 중 배경은 겨울이어서 어색하다는 평이 이어졌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낳았다.
KBS가 무려 150억원을 투자하며 제작한 이 드라마는 1회 시청률 12.5%를 찍은 이후 계속 하락세를 타 마지막 회는 8.4%까지 내려갔다. 제2의 ‘태양의 후예’는 어디에도 없었다.
상반기부터 중반기까지 이어진 스타 작가들의 러시는 하반기에도 이어진다. 김은숙 작가는 tvN ‘도깨비’로 또 한 번 인기몰이에 나설 예정이며, ‘별에서 온 그대’(2013)의 박지은 작가도 ‘푸른 바다의 전설’로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새롭게 복귀하는 작가들이 하반기에 과연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 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