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자금지원 방식 놓고도 정부-채권단 '엇박자'
[뉴스핌=김연순 기자] 한진그룹이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1000억원을 자체 조달키로 했지만 오히려 '물류대란 파장'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최소 2000억원 이상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지만 현재까진 더 이상 추가 자금이 나올 '구멍'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방안을 놓고 정부와 채권단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물류대란 혼선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7일 정부·채권단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해외 항만과 선주 등에게 지급해야 할 용선료 연체금(2400억원), 하역 운반비(2200억원). 장비 사용료(1000억원) 등을 모두 합친 상거래상 채무액(추정치)은 총 6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필요한 자금에 대해 추산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비용이 얼마나 필요할지는 항만업체와 협상을 진행 중에 있어 정확히 추산하기 어렵다"는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해운업계에선 다소 편차가 있지만 하역·내륙운송 비용 등을 토대로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필요한 자금이 최소 2000억원~3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개별 하역업체 등과 가격 협상 결과에 따라 차이가 날 것이란 전망이다.
전날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 사재 400억원을 포함, 자체적으로 10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발표했다. 한진그룹의 자금지원으로 당장 급한 불은 끄겠지만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자금이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 공통된 견해다.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추가적으로 최소 1000억~2000억원은 필요하다는 것.
<사진=한진해운> |
하지만 현재로선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더 이상 조달할 자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진그룹은 '담보 제공'을 통한 정부의 자금 지원 대신 자체 조달 방식을 선택하면서 1000억원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1000억원 자체조달 카드를 통해 정부와 채권단의 압박에 선을 긋겠다는 의미다.
한진그룹 고위관계자는 "당정 등에서 물류대란 해소에 필요한 자금이 1000억원 정도로 추산했고 한진그룹 경영진이 자발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이라며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도의적인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과거에 채권단과 자금지원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제는 채권단과의 협상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며 "법원의 판단(회생, 청산)만 남은 셈"이라고 전했다. 더 이상 물류대란 해결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지원할 추가 자금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KDB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 역시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오히려 자금지원 방안을 놓고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
전날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압류금지가 발효된 항만에서 화물하역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한진해운과 대주주가 책임을 진다는 전제 아래 하역비 등 일부 필요자금에 대해선 채권단과의 협의로 지원 방안을 마련해 법원과 협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와 새누리당이 담보를 전제로 한진해운에 대한 1000억+알파 긴급자금 지원방안을 발표했지만 정작 채권단은 이 논의에서 제외됐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한진그룹이 사전 협의 없이 자체조달 방안을 발표한 이상 한진해운 자금지원에 대해 더 이상 논의할 것이 없다"면서 "채권단의 추가 자금지원은 없고 산업은행이 대출해주는 것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또한 "당정이 합의한 긴급자금 지원 역시 모르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한진그룹 1000억의 구체적인 시행과정에서 채권단이 협조할 부분이 있다면 소요자금 조달을 위해 협조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정 자금지원에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히며 1000억원 자체 자금 조달로 책임을 다했다는 한진그룹. 한진해운 자금지원 방식을 놓고 엇박자를 내고 있는 정부와 채권단.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이 더욱 수렁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정부와 채권단, 한진그룹이 물류대란 해결을 위해 어떤 카드와 타협점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