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한진그룹, 신규자금 지원 논의 사실상 끝나
[뉴스핌=김연순 기자] 한진그룹이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조양호 회장의 사재 400억원을 포함, 자체적으로 10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6일 오전 정부와 새누리당이 한진그룹의 담보를 전제로 한진해운에 1000억원 이상의 장기저리자금(긴급자금)을 지원키로 한 당정협의에 대한 화답 성격이다. 동시에 지난 4~5일 양일간 신규자금 지원방안을 놓고 채권단과의 줄다리기 끝에 내린 한진그룹의 최종 결과물이기도 하다. 단 1000억원의 자금조달로 물류대란이 완전 해소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진그룹은 이날 그룹 대책회의를 열어 해외터미널(롱비치 터미널 등) 지분 및 대여금 채권을 담보로 600억원을 지원하고, 조양호 회장이 사재 400억원을 출연하는 등 총 1000억원을 그룹 자체적으로 조달해 한진해운 컨테이너 하역 정상화에 나서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한진해운 자산인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대한항공이 600억원을 빌려준다. 다만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 방식은 유상증자 형식의 자본참여가 될 지 대여 형태가 될 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한진그룹은 그룹 차원의 '담보 제공'을 통한 정부의 자금 지원 대신 자체 조달 방식을 선택했다. 이날 당정의 1000억원 이상 긴급자금 지원 발표에 따른 압박 혹은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진의 자체 해결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담보를 제공하지 않고 사재와 자체 대여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기 때문에 당정 협의 내용은 의미가 없어졌다"면서도 "한진그룹이 지원책을 내놓은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라는 평가를 내놨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협의 과정에서 현재 물류대란 문제는 한진그룹이 사회적 책임 이행 측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밀고당기는 과정 끝에 오늘 한진그룹이 최종 의사결정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과 채권단간 신규 자금 지원 논의도 사실상 끝났다. 한진그룹은 지난 4~5일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 방안을 채권단인 산업은행에 제안했지만 사실상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필요한 금액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한진해운) 스스로 방안을 만들어서 해야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한진그룹이 자체적으로 발표를 했기 때문에 자금지원 관련 추가 논의는 안하고 있다"면서 "추가적인 자금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한진그룹 관계자 역시 "산업은행과의 추가 자금지원에 대한 협의과정이 있었지만 더 이상 채권단 추가 지원은 필요없다"면서 "물류대란을 해소한 이후 법인체인 한진해운만 남는데 어떻게 처분할 지는 법원에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 한진그룹에선 1000억의 자체자금을 통해 물류대란이 해소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부에선 "좀 더 논의를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한진그룹 1000억의 구체적인 시행과정에서 채권단이 협조할 부분이 있다면 소요자금 조달을 위해 협조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비용이 얼마나 필요할지는 항만업체와 협상을 진행 중에 있어 정확히 추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주도하는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는 물류대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1000억∼2000억원 정도의 신규자금 지원(DIP 파이낸싱·회생 기업에 대한 대출)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