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4개월 만에 신형 말리부 가격 2% 인상…임팔라 한미FTA 관세 철폐에도 8% 더 받아
한국지엠, “수익성 악화 개선 조치”
[뉴스핌=김기락 기자] 지난달부터 노동조합 파업으로 판매 난항을 겪고 있는 한국지엠이 이달 들어 신형 말리부와 임팔라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두 차종의 판매 급감 및 수익성 저하로 인한 고육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최근 중형차 신형 말리부와 대형차 임팔라 가격을 최대 8.2% 올렸다. 출시 당시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시장에 선보였으나 결국 가격을 높인 것이다.
지난 4월 출시된 신형 말리부는 현대자동차 쏘나타가 독주해 온 중형차 시장을 흔들어놨다. 신차임에도 불구, 구형 말리부 대비 약 100만원 낮춘 2310만~3180만원에 출시했다. 이는 쏘나타 등 경쟁 차종 대비 100만 이상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이에 따라 신형 말리부는 5월 3340대, 6월 6310대로 판매량이 치솟았다. 하지만,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및 자동차 업계 비수기로 접어들면서 7월 4618대에 이어 지난달엔 2777대로, 출시 후 최저 판매량을 기록하게 됐다.
한국지엠은 판매 급감에도 불구하고, 이달 신형 말리부 판매 가격은 기존 2310만~3180만원에서 2388만~3308만원으로 최대 2.1% 인상했다. 출시 한지 4개월 여만의 일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직수입 판매를 시작한 임팔라도 가격이 올랐다. 이번 인상된 임팔라 가격은 기존 3409만~4191만원에서 최대 8.2% 오른 3587만~4536만원이다. 올 1월 1일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 생산차에 대한 관세 4%가 철폐, 가격 인하 요인이 있었으나 오히려 가격을 인상한 것이다.
임팔라는 지난해 첫 국내 판매 시 미국 현지 보다 300만~500만원 낮게 책정, 시장에서 큰 인기를 받아왔다. 임팔라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6913대 판매, 월평균 1728대 판매량을 보이다가 올들어 8월까지 월 평균 1150대 판매되고 있다. 지난달엔 527대에 그쳤다. 11월에는 임팔라와 직접 경쟁하는 현대차 신형 그랜저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출시 당시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됐는데 이를 반영하기 위한 조치”라며 “신형 말리부 상품성을 개선해 가격이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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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홈페이지 캡처 |
관련 업계에서는 신형 말리부와 임팔라 가격 인상에 따라 판매량 감소와 수익성 저하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이 주력 차종에 대해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을 내세웠으나 가격 인상으로 인해 경쟁력이 약해지게 됐다”며 “신형 말리부 소비자 입장에서 출시 4개월 여만에 구형 차를 타게 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의 최근 판매 감소와 노조 파업 등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가 주력 차종 판매 가격을 높이게 된 원인”이라면서 “상반기 늘어난 판매량이 하반기에 줄어들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지엠 노사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이견을 보여 노조가 지난달 11일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해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제임스 김 한국지엠 사장은 최근 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파업 아닌 미래를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