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4500억 합성고무 수출 차질 우려..전방위 관세 전쟁 확산
[뉴스핌 = 전민준 기자] 미국에 이어 인도가 한국산 합성고무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합성고무 시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6일 한국석유화학협회 및 석유화학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인도반덤핑총국은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는 합성고무(BR·SBR)의 덤핑가격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5년 6월 1일부터 1년간 수입한 제품이 대상인데, 이 기간 한국 기업들이 내수판매 가격보다 t당 15~20% 싸게 수출했다는 게 인도 기업들의 주장이다. 여기에 대해 한국 기업들은 별반 가격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BR과 SBR은 각각 3대 범용고무 중 하나로, 천연고무보다 내열성과 내마모성, 내수성 등이 우수해 주로 타이어와 신발용으로 사용된다.
현재 한국 업체 중 인도로 합성고무를 수출하는 업체는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이 유일한데,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두 회사의 지난해 수출 물량은 3억3600만달러(약 4500억원) 수준이었다. 이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합성고무 수출국 비중은 중국이 23%로 가장 크고 인도가 17%로 2순위"라며 "인도는 2013년 1만t이었던 합성고무 연산능력을 2014년 13만t까지 늘리 는 등 생산라인 증설로 자국제품으로 대체하려고 했지만, 한국제품 선호도가 높아 그 전략은 실패했다"고 전했다.
이어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인도정부‧기업이 합심해서 무역장벽을 치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6월 인도의회는 한국으로부터 합성고무 수입이 매년 증가하면서 자국 합성고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재무부에 피력했다. 비슷한 시기 릴라이언스 등 인도 석유화학기업들도 인도 반덤핑 총국에 한국, 유럽에 대한 덤핑 관세 부과를 요청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반덤핑 조사가 시작되면 45일 이내에 산업피해 관련 예비판정을 내리게 된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인도 반덤핑 총국이 이달 중으로 예비관세율을 책정한 뒤, 올해 중 반덤핑 관세율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타이어 수요가 크게 늘지 않으면서 합성고무 수요도 감소해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라며 "미국에 이어 인도마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 수위를 점점 높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지난 7월 라이언엘라스토머와 EW코폴리머 등 화학기업들이 한국에 대한 22.4~44.2%의 덤핑 관세를 비롯해 브라질(59.3~69.4%), 폴란드(40.4~44.8%), 멕시코(23.2%)에 대해서도 덤핑 관세 부과를 요청했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비슷한 시기, 인도에서의 무역규제 움직임이 시작된 것을 근거로, 조만간 또 다른 국가에서도 반덤핑 제소가 이뤄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015년 말 기준 한국산 합성고무의 수출 3위 국가는 인도네시아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합성고무 공급과잉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며 "무역장벽을 치는 형태로 수급밸런스를 맞추려는 움직임은 앞으로 더 자주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전민준 기자(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