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어린이·여성 건강 및 생활환경 등 조사
전문가들 "북한 제공 통계, 실제 상황 반영 못하고 신뢰성 떨어져"
[뉴스핌=이영태 기자] 유엔(UN)이 올해 북한에서 어린이와 여성의 생활환경을 살펴보기 위한 종합지표조사(MICS)를 실시한다. 유엔이 북한에서 종합지표조사를 실시하기는 이번이 세 번째이며, 2009년 이후 7년 만이다.
북한에 자정까지 영업하는 편의점 형태의 '연쇄상점'이 등장했다. 사진에 등장한 '황금벌상점'은 식료품과 각종 일용품을 판매하며 아침 6시부터 자정까지 영업을 한다.<사진=RFA> |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유엔아동기금과 유니세프가 북한에서 어린이와 여성의 영양과 건강 상태, 식수와 위생 등 전반적인 생활환경을 살펴보기 위해 올해 중 종합지표조사를 시작해 내년 중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16일 보도했다.
종합지표조사는 유니세프가 지난 1995년 세계 각국의 어린이와 여성들의 생활환경에 대한 정확한 자료 수집을 위해 개발한 조사방법으로, 어린이 생존율과 영양실조율 등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북한에서는 1999년 처음 조사가 이뤄졌으며, 10년 만인 지난 2009년 2차 조사가 실시됐다.
유니세프 크리스토퍼 드 보노 대변인은 "북한이 제공하는 통계자료만으로는 많은 경우 북한 주민들이 실제로 어떤 환경에서 사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며 "이번 조사를 통해 북한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엔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이 제공하는 통계자료는 많은 경우 실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며, 신뢰성이 크게 떨어진다.
예를 들어 유엔인구기금은 지난 2014년 북한 중앙통계국과 공동으로 실시한 '경제∙사회∙인구∙보건 조사'에서 북한 내 상수도 보급률이 82.1%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 상수도 시설이 남한의 60~70년대 수준으로 매우 노후화돼 있으며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 통계자료는 또 최근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유엔은 올해 발표한 '2016 대북 인도주의 필요와 우선순위 보고서'에서 2012년 현재 어린이 27.9%가 영양실조로 발육부진 상태이며, 4%는 체력저하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어린이들의 최근 영양 상태에 대한 자료가 없어 4년 전 자료를 발표한 것이다.
북한 통계자료는 심지어 발표하는 기구에 따라 수치가 서로 다른 경우도 많다.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구호단체 '워터에이드(WaterAid)'는 최근 발표한 '비위생 환경이 영양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보고서에서 북한에서 깨끗한 물에 접근하지 못하는 인구 비율이 전체의 0.3%라고 발표했다. 또 18.1%는 안전한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유엔이 지난 4월 발표한 '대북 인도주의 필요와 우선순위 보고서'는 북한 주민의 20%가 깨끗한 물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깨끗한 물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주민 비율이 발표기관에 따라 0.3%와 20%라는 큰 차이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통계자료가 이처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것은 북한이 각종 정보와 관련 통계를 국제사회에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한국 통계청 조사관리국 인구총조사과 이재훈 과장은 "북한 통계국에서 나오는 정보가 제한적인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국제기구의 도움을 받아 조사를 하더라도 제한적인 결과만 발표하고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지 않는 것이 큰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 통계국 피에트로 제나리 국장도 "북한 당국이 통계자료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어려움이 크다"고 언급했다. '식량 불안정 상황 보고서' 등 세계 각국의 상황을 보여주는 보고서 작성을 위해 북한 당국에 관련 통계자료를 여러 번 요청했지만 거의 답을 얻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제나리 국장은 통계는 각국 정부의 정책 수립과 연구기관들의 중요한 기초자료로 사용되는 중요한 지표라며, 특히 북한 통계자료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실상을 파악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북한 통계자료는 식량농업기구뿐만 아니라 세계식량계획 등 유엔 기구들이 어느 지역에 식량이 부족하고, 어떤 계층을 집중 지원해야 하는지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는 것이다.
유니세프 크리스토퍼 드 보노 대변인도 북한 주민들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많을수록 더 적합한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