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불황에 벌크선 리스해운社도 파산 위기
[뉴스핌=방글 기자]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창명해운이 19일 예정된 관계인집회에서 운명이 가려질 전망이다.
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오는 19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특별조사기일 및 제2,3회 관계인집회를 열고, 창명해운의 회생계획안 심리와 결의를 논의한다.
이날 법원과 채권단은 창명해운의 회생계획안 등을 검토,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판단한다.
벌크선 리스 사업을 하는 창명해운은 지난 4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비싸게 사들인 배를 제값 받고 빌려주기 어려워지면서 자금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법정관리 신청 당시 창명해운의 자산은 8900억원, 부채는 1조1400억원을 넘어서면서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에 있었다.
창명해운의 부진은 지난 2012년부터 이어졌다. 655억원에 달하던 영업이익이 2012년, 10%에 해당하는 78억원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는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2013년 415억원, 2014년 254억원, 지난해에는 51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자본은 계속해서 줄었다. 2012년 3300억원이던 자본은 2013년 2403억원, 2014년 1690억까지 줄더니 지난해에는 마이너스 2584억원으로 기록됐다.
3년간 9척의 선박을 처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결국 창명해운도 해운업계 불황을 견뎌내지 못하고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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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
기업의 법정관리 여부는 보통 채권단의 의사가 중요하게 반영된다. 그 중에서도 주채권은행의 의사가 법정관리와 파산의 방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기업데이터에 따르면 창명해운은 농협을 주채권은행으로 산업은행, 기업은행, 하나은행 등 은행만 12곳에서 4000억원이 넘는 돈을 빌려다 썼다.
주채권은행인 농협이 창명해운(6월말 기준)에 빌려준 돈은 1565억7800만원 수준이다. 이 외 산은캐피탈 617억원, 신한은행 497억원, 두산캐피탈 335억원, 산업은행 333억원 등 은행 채무만 4000억원이 넘는다.
그나마도 12곳의 은행 중 8곳은 대부분의 여신을 대손상각으로 처리했다. 대손상각은 채권의 회수가 불가능할 때, 해당 채권은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의 여신을 은행이 대손상각 처리하는 것을 특별하게 볼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채권단은 불황 속 규모가 큰 해운사들도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라 창명해운의 회생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채권단 측 관계자는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때부터 사실상 부도로 판단한다”며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졸업하는 기업이 전체의 10%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3년만에 졸업한 삼선로직스는 지난해 또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다.
업계는 팬오션과 대한해운처럼 순항하는 사례도 있지만, 삼선로직스처럼 난항을 겪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8년 이후, 파산이나 폐업 등으로 소리 없이 사라진 해운사가 100개는 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은행이 충당금을 쌓아두고, 대손상각 처리를 한 것 자체가 못 받을 수도 있다는 가정을 염두에 둔 처사”라며 “창명해운이 법정관리 절차를 잘 졸업할 것으로 보지만,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방글 기자 (bsmil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