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좀비 영화를?” 배우 공유가 처음 ‘부산행’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그의 지인들은 이렇게 반응했다. 시나리오 선택의 폭이 넓은 인기 배우가 한국에서 상업영화로 좀비물을 택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사실 영화가 베일을 벗기 전까지 관객 대부분의 반응도 그랬다. ‘좀비 영화를? 한국에서?’라는 물음표. 하지만 그 ‘좀비 영화’는 보란듯이 국내에서 일을 내고 말았다. 7일 누적관객수1004만1883명을 모으며,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것. 그렇다면 이 ‘좀비 영화’는 어떻게 ‘천만 영화’가 될 수 있었을까.
◆칸국제영화제 초청에 입소문 ‘훨훨’
먼저 칸국제영화제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다. ‘부산행’은 지난 5월 제69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초청부문은 비경쟁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이었지만, 해외 평단의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내며 단숨에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당시 티에리 프레모 칸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역대 칸국제영화제 최고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외신 반응 역시 비슷했다. 이들은 ‘부산행’을 두고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의 탄생”, “완벽한 영상미” 등의 찬사를 쏟아냈다. ‘칸에서 인정받은 작품’이란 타이틀은 국내 관객들의 구미를 당길 만했다. 괄목할만한 성과였다.
◆변칙 개봉 혹은 프로 마케팅…유료시사회 효과
‘부산행’ 1000만 관객 돌파의 두 번째 이유이자 가장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이유는 유료시사회였다. ‘부산행’ 측이 정식 개봉일인 7월20일에 앞서 15일부터 17일까지 전국 주요 극장에서 유료시사회라는 이름으로 사전 관객몰이를 한 것. 물론 ‘변칙 개봉’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어찌 됐건 이때 모은 관객수는 통합전산망에 합산됐다. 그 결과 ‘부산행’은 개봉 전부터 약 56만 명의 관객을 동원, 80%가 넘는 수치로 예매율 1위에 등극했다. 이러한 압도적인 예매율은 또 다른 관객을 불러모았고, 영화 흥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영화 생태계를 교란했을지언정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인 마케팅이었다.
◆신선한 소재에 한국 정서를 녹이다
‘좀비 재난물’이란 장르도 사실 아주 마이너스 요인만은 아니었다. 할리우드에서는 식상할지 몰라도 한국에서 좀비는 여전히 새로운 소재. 특히 젊은 관객들은 자신들이 아는 유명 배우가 좀비에 쫓겨 다닌다는 설정을 신선한 지점으로 받아들였다. 반면 ‘좀비물’을 꺼리는 4050세대에게는 한국적으로 녹여낸 스토리가 호응을 얻었다. 연상호 감독은 KTX 안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한국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며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동시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좀비 자체보다는 그들과 사투를 벌이는 인간 내면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때 등장하는 가족애, 부성애 등은 국내 관객 특유의 정서를 자극하며 크고 작은 울림을 줬다.
◆공유부터 마동석까지…배우들의 폭풍 열연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는 흥행 포인트였다. 특히 충무로에서 이미 티켓 파워를 인정받은 배우 공유가 이야기의 중심에 섰다는 점이 젊은 여성 관객들의 발길을 극장가로 이끌었다. 가슴 설레는 로맨스물은 아니었지만, 공유는 관객들의 기대에 상응하는 열연을 펼쳤다. 여기에 칸까지 마비시킨 마동석의 연기가 예상치 못한 재미와 가슴 벅찬 감동을 안기며, 이 영화의 백미로 작용했다. 물론 정유미, 김의성, 최우식, 최규화부터 유일한 아역배우 김수안과 아이돌 출신 안소희의 연기도 극의 완성도에 일조했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