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조동석 기자] 부채디플레이션(debt deflation)이 국내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물가 하락으로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가 상승하면 채무상환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보유자산을 서둘러 매각하면서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2016년 7월 소비자물가동향(전년동월 대비). <자료=통계청> |
일본이 그랬다. 그래서 일본은 통화팽창을 통해 물가상승에 목매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세계 각국이 통화정책을 펼치던 때와 다른 모습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근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물가상승을 외치고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달째 0%대에 그쳤다. 7월에 전년동월대비 0.7% 상승했다. 지난 5월 0.8%를 기록하며 석달만에 0%대로 떨어진 이후 6월 0.8%를 거쳐 3개월 연속 1%를 밑돌게 됐다. 상승폭 0.7%는 지난해 9월 0.6% 이후 최저다.
노무라는 중장기적으로 일본형 부채디플레이션과 제로금리정책(Zero Interest Rate Policy) 가능성을 배제하기 곤란하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BNP파리바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은 여타 지역에 비해 물가상승률이 매우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은 마이너스 GDP갭(실제GDP와 잠재GDP 간의 차이)이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마이너스 GDP갭이란 실제GDP가 잠재GDP를 밑돈다는 것으로, 한 경제가 최대한 생산할 수 있는 수준 이하에서 조업하고 있다는 의미다. 저물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처분가능소득의 1.8배로 증가했다.
아울러 노무라는 고용 부진, 빠른 속도의 고령화 등 구조적인 취약성은 1990년대 이후 일본경제 같은 장기불황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대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의 일자리 공급자 역할이 제약되고, 실업률은 낮지만 비정규직∙자영업이 일자리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고용상황이 양적∙질적으로 저하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 등에 대비해 재정정책이 보수적으로 운용되는 가운데 내수 부진에 따른 저물가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 부채디플레이션
미국 경제학자 어빙 피셔가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을 설명하면서 만든 개념으로,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자산디플레이션과 비슷하지만 부채가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킨다는 것이 특징이다. 부채디플레이션은 부동산 등 보유자산의 가치가 하락하여 이를 모두 처분하더라도 갚아야 할 부채가 많이 남은 경우, 부채상환 부담이 증가하면서 소비가 줄어들어 실물경제에 타격을 안기는 구조를 가진다. 즉, 적정한 양의 부채는 소비를 증가시키고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지만, 너무 많은 부채는 상환 부담으로 이어져 오히려 소비가 줄어드는 악순환을 일으키는 것이다. 게다가 빚을 갚기 위해 갖고 있는 이미 하락해 있는 부동산을 투매할 경우 집값이 더 폭락하는 악순환에 돌입하게 된다.
[뉴스핌 Newspim] 조동석 기자 (dsch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