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송주오 기자] 성과연봉제 도입을 두고 은행권이 시끄럽다. 경영자 측은 경쟁력 제고를 앞세우고 노동자 측은 생존권을 부르짖으며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성과연봉제는 개인별 업무역량을 평가해 능력에 따라 보상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동안 은행은 지점별로 평가해왔으며 개인별 평가는 부지점장급 이상에 한 해 진행됐다. 성과연봉제는 개인별 평가 대상을 일반 직원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시중은행이 도입하려는 성과연봉제는 파격적이다. 지난 21일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같은 직급이라도 성과에 따라 연봉을 최대 40% 이상 더 받게 된다. 이는 금융공공기관에 적용될 성과연봉제 방안보다 강화된 것으로 영리법인 특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연합회 측은 설명했다.
은행연합회의 성과연봉제 도입 추진은 국내 은행권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국내 은행권의 경영여건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은행의 대표적 수익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2005년 2.82%에서 지난해 말 1.60%로 낮아졌다. 반면 총이익 대비 임금비중은 6.3%에서 10.6%로 증가했다. 수익은 줄고 비용은 늘어난 셈이다.
국내 은행권의 경쟁력 강화라는 명제에는 직원들도 공감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개인의 업무를 평가해 성과급 차등 지급으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에는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평가 방식과 지표, 투명성에 대해선 여전히 고개를 젓는다. 한 마디로 '못 믿겠다'는 것이다.
한 영업점에서 근무하다 최근 육아휴직 중인 A씨는 "지금도 업무 평가에서 평판 등 업무 외적인 부분에 대한 비중이 높은데 성과연봉제 도입한다고 얼마나 달라지겠냐"며 "인사권자의 권한만 강화돼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본점에서 일하는 B씨도 성과연봉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은행권의 인사적체가 심하다보니 근무태만인 직원들도 더러 있어 성과연봉제가 필요한 측면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이를 현실에 적용했을 때 우려되는 공정성 시비 등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영자 측에선 평가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선 직원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다행스럽게도 국내 은행권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대명제에 있어서는 노사 모두 동의하고 있다. 이를 달성해나가는 실행 방안에 있어 이견차를 보이고 있을 뿐이다. 노동자 측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성과연봉제 자체를 반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단지 도입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말하고 있을 뿐이다.
기본적으로 성과연봉제 필요성에 대해 공유하고 있다면 노사 양측이 허심탄회하게 이를 논의해보는 건 어떨까. 일선 직원들이 걱정하는 부분과 개선 사항 등을 합의를 통해 도출해 낸다면 은행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성과연봉제 도입취지에도 잘 부합할 것이다.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른 논란을 소모적 정쟁에 그치지 않고 발전적이고 건설적인 토론의 장으로 확대하는 은행권 노사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