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없는 통화정책 회의, 예상밖 보너스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은행주에 날개를 달았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후 첫 통화정책 회의 후 드라기 총재는 기자회견의 상당 부분을 이탈리아를 필두로 한 은행권 부실여신 문제에 할애하고, 공적 지원이 실용적인 해답이 될 것이라고 언급해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유로화<사진=블룸버그> |
브렉시트 결정 직후 불거진 이탈리아 은행권의 부실 여신 문제는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감을 고조시킨 한편 유럽 은행 섹터 주가의 기록적인 하락을 부채질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일부 요주의 은행의 자본확충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후순위 채권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동시에 정부 주도의 구제금융과 관련한 EU의 규정을 위배하지 않는 해결책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드라기 총재는 “은행권 부실 여신이 커다란 문제”라며 “이를 해소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적 지원이 상당히 유용한 대응책이 될 것”이라며 “다만, 기존의 규정과 상응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 통화정책과 관련해 어떤 ‘서프라이즈’도 제시하지 않은 드라기 총재는 예기치 않게 은행권 부실 여신에 대한 힌트를 제시한 셈이다.
그는 부실 여신에 대한 공적 지원을 시행할 경우 은행권 감독과 온전하게 기능하는 부실 여신 시장을 개발하기 위한 법적 토대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론이다. 은행권 구제금융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지만 드라기 총재의 발언은 유럽 은행주를 끌어올렸다. 이탈리아 은행은 물론이고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가 금융위기 우려로 인해 최근 사상 최저치로 밀리는 등 섹터 전반에 확산됐던 하락 압박이 진정됐다.
부실 여신 문제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탈리아의 방카 몬테가 2% 가량 뛰었고, 유니크레디트와 방코 포폴라레가 일제히 2% 이상 상승했다. 스톡스 유럽 600 지수의 은행 섹터 지수 역시 1% 이내로 올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