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산운용 부사장..."장기 가치투자가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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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선엽 기자] 신영밸류고배당펀드의 수탁고는 이달 초 기준으로 3조원이다. 신영마라톤펀드의 규모도 8000억원에 이른다. 돈이 몰릴수록 펀드매니저 입장에선 불안할 수도 있을 법 한데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CIO(부사장)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다른 기관은 연 20~30% 수익률을 목표로 하므로 좋을 때 크게 오르고 빠질 때 또 확 빠진다. 우리는 연 10% 수익을 목표로 항공모함처럼 '스무드(smooth)'하게 천천히 움직인다. 그러다보니 결과적으로 고수익 펀드가 된 것이다."
브렉시트의 여진이 계속되던 지난 5일 만난 허 부사장은 대표적인 가치투자자답게 시종일관 여유로웠다. 지론대로 '밤잠을 못 이루게 하는 주식'은 애당초 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투자수익은 매매에서 나오는 게 아니고 평가이익과 배당에서 나온다. 그러니 장기적으로 투자하기 좋은 고배당 가치주를 지속적으로 담는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베타(시장 대비 자산가격 변동 민감도)가 낮고 변동폭이 적다"고 그는 설명했다. 보유 종목의 가격 변동성이 적기 때문에 펀드 규모와 변동성 간에 상관관계가 적다는 것이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허 부사장이 업계 최대 규모의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면서도 '공룡의 저주'에 빠지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고객의 성향과 관계가 있다. 펀드 진열대에서 '신영'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신영'의 특징을 잘 알고 장기투자를 생각하고 가입한다. 그러니 펀드 수익률이 떨어진다고 해서 환매하는 경우가 드물다. '가격하락→환매 쇄도→보유종목 매도에 따른 추가 가격하락'이란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더욱 적은 것이다.
사실 펀드매니저 입장에선 시장이 무너질 때면 주식을 담고 싶어 안달이 난다. 하지만 보통의 고객들은 반대로 움직인다. 펀드에서 손실이 나면 환매에 나선다. 매니저는 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팔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는 것이다. 반대로 수익률이 올라가는 시기에 매니저는 '이제 멈춰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돈이 밀려들어오면서 어쩔 수 없이 주식을 사야 한다.
이렇다 보니 대형 펀드 스스로 자신이 보유한 종목의 주가를 적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할 때는 더욱 끌어내린다. 하지만 허 부사장이 운용하는 펀드에는 시장이 안 좋을 때 오히려 돈이 몰린다. 고객 역시 가치투자를 알기 때문이다. 매니저의 마음을 알아주니 그로선 반갑다.
"이 펀드가 13년 됐다. 이 펀드에 투자하는 투자자는 그 기록을 보면서 본인들도 장기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그런 신뢰가 있으니 주가 하락기에는 오히려 자금이 들어온다"고 웃었다.
그는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가치투자가 더욱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금리란 바꿔 말해 돈의 시간 가치. 그가 볼 때 기준금리 연 1.25%는 '껌값'이다. 돈과 시간의 가치가 저렴할수록 장기 투자가 빛을 발할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재산 10억원 있어봐야 월 이자가 100만원도 안 나온다. '10억 거지'란 말이 나오지 않았는가. 시간값이 최저이므로 지금이야말로 본격적으로 밸류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우린 그동안 단기적으론 따라갈 때도 있고 못 따라갈 때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론 시간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해 왔다."
고배당주에 대한 강조도 잊지 않았다. "시중금리가 높을 때는 매년 3~4% 배당을 줘도 큰 의미가 없었지만 초저금리 시대엔 다르다"며 "앞으로 고배당주의 경우 매수만 있고 셀(매도)은 없어질 것"이라고 힘 줘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