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10년투자펀드 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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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에라 기자] "주가는 영원히 오르지 않는다. 과거를 돌이켜봐도 성장주 랠리가 1~2년 이상 지속된 적은 없다. 뒤늦게 랠리에 동참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실적은 좋은데 못 오른 가치주로 다음 스테이지를 대비해야 한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한국밸류10년투자'는 우리나라 펀드 역사에서 독특한 펀드다. 단기 투자에 익숙한 시장에서 10년이란 기간을 상품명으로 내걸었고, 처음 3년 동안은 환매를 금지시켰다. 이렇게 시작한 펀드가 10년이 됐고, 설정액은 '대박'의 상징이라는 1조원을 넘었으며(1조4380억원), 가입자가 15만명이 넘었다. 누적 수익률은 140%에 이르렀다.
이 펀드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운용하고 사람이 이채원 운용총괄책임자(CIO) 부사장이다.
그는 최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년간 계속된 중소형·성장주 강세가 지속되기 보다 저평가 가치주가 주목받는 시기가 머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201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중소형주 랠리에서 주가가 10배 이상 뛴 바이오주도 등장했다. 하지만 주가란 언젠가는 기업 가치에 수렴한다는 게 이 부사장의 생각이다.
"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0~20배가 되면 주가 랠리도 마무리되더라고요. 아무리 좋은 우량주라고 하더라도 결국은 6~7배로 주가가 수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주가가 빠르고 세게 움직이는 종목에 뒤늦게 뛰어드는 것은 위험합니다."
중소형 성장주에 쏠림이 있을 때는 대형주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인기가 없고 소외된 주식, 즉 싼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가치주펀드의 의무라는 얘기다. 손해보험주를 예로 들었다. 손보주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우려로 인해 주가 흐름이 부진하다.
"기업의 가치와 주가는 반드시 수렴하게 돼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정(正)의 관계로 돌아서게 됩니다. 99년도에 아모레퍼시픽 롯데칠성이 신저가로 떨어지고 있었는데, 실적은 엄청 좋았어요. 결국 10년이 지난 지금 아모레퍼시픽은 400배 오르고, 롯데칠성도 30배 이상 상승했던 점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어요.
이 부사장은 국내 최초의 가치투 펀드인 '밸류이채원1호'를 운용했고, 본인이 직접 작명한 '10년투자펀드'도 출시부터 맡고 있다.
10년투자펀드는 시장에 장기투자 문화를 정착시켰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초기에 가입한 투자자 중 절반이 8년 이상 펀드를 보유했고, 5년 이상 투자한 고객도 70%나 됐다. 장기투자 철학을 이해하고 이 부사장을 신뢰한 고객들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장기투자 철학을 가지고 가치주를 골라 담지만 수익률이 항상 좋기는 쉽지 않다. 10년투자펀드 역시 마찬가지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도 그렇다. 시장이 흔들리자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가치주도 흔들렸고,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주) 시대에도 또 한번 소외됐다. 하지만 그때마다 큰 환매 없이 투자자들은 이 부사장을 믿었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코스닥 비중이 높았던 때가 있었는데, 코스닥 시장이 급등하면서 수익률이 치솟자 투자자들의 항의 전화가 오기 시작했어요. 그건 투자자들이 10년투자펀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걸 알려주는 사례에요. 시장의 사이클을 여러번 겪었지만, 어떤 펀드인지 아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습니다."
10년전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10년투자펀드를 만들겠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도 이 부사장만의 철학이 담겨있었다.
"그때로 돌아가면 30년투자펀드를 출시할겁니다. 10년도 짧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내재가치가 궤도를 벗어날 수도 있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면 결국 정상화됩니다. 변동성이 커지고 혼란스러운 구간에서 가치투자가 정답이 될 수 있습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