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장기 '박스피'... 설정액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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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지완 기자] 11조원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였던 바이코리아펀드, 미래에셋을 국내 대표적인 '펀드 명가'로 만든 3억만들기솔로몬펀드, 인디펜던스펀드, 그리고 KTB자산운용의 마켓스타펀드 등이 왕년의 '공룡펀드'다. 이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풍파를 겪으며 설정액이 급감하고, 투자자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 IMF 외환위기에서 피어난 바이코리아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애국이라 여겨지던 시절, ‘주식 투자로 국력을 회복하자’는 슬로건은 투자자들을 결집시켰다. 모두가 힘을 합쳐 ‘코리아’라는 배의 노를 저어가던 광고 영상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1999년 당시 현대투신운용이 내놓은 '바이코리아'펀드는 11조원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바이코리아펀드'의 순항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우그룹 부도사태로 증시가 급락하자 썰물처럼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후 현대그룹이 내우외환을 겪는 과정에서 2004년 현대투신이 미국 푸르덴셜에 넘어가면서 ‘푸르덴셜나폴레옹주식펀드’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2005년 연초 756억원까지 축소됐던 이 펀드의 설정액은 증시 상승과 국내 펀드 열풍이 맞물리며 2008년 3월말 4911억원까지 설정액이 증가했다. 딱 거기까지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으며 다시 좌초했다.
푸르덴셜자산운용을 한화그룹에 매각된 후 ‘바이코리아펀드’는 ‘한화코리아레전드주식펀드’로 이름을 바꿨다. 이 펀드의 설정액은 지난 8일 기준으로 999억원에 불과하다. 지난 3년간 수익률은 19.87%에 달했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데는 실패했다.
운용을 맡고 있는 김서영 한화자산운용 에쿼티본부 그로스운용팀 부장은 "중국의 OLED 투자확대에 따른 수혜 및 접을 수 있는(foldable) OLED의 미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메가트렌드 공략을 통해 수익률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펀드 명가 ‘미래에셋’ 만든 펀드들, 역사 속으로
'펀드 명가'로 불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히트작 ‘미래에셋3억만들기솔로몬주식1(C-A)’펀드는 적립식 펀드 투자문화를 만들었다. 이 펀드는 4년만에 약 230%의 수익률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2008년 9월 설정액은 2조9468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금융위기에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급감하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난 8일 기준 설정액은 2852억원까지 줄었다.
현재 이 펀드를 이끌고 있는 조일웅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2본부 본부장(이사)은 “코스피지수가 2011년 이후 박스권을 그리면서 박스권 상단에서 환매가 지속됐다”면서 “대형 상품일수록 환매세가 더 컷던 것이 설정액 감소의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개방형 뮤추얼펀드 ‘미래에셋인디펜던주식형 1’펀드도 2008년8월 설정액이 1조8831억원에 이렀다. 하지만 이젠 1314억원에 불과하다. '인디펜던스'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던 다른 펀드들도 같은 길을 걸었다.
박경륜 미래에셋자산운용 섹터리서치본부 이사(본부장)은 설정액 감소에 대해 “변동성 장세가 지속되면서 위험이 높은 주식형보다 국내외 채권형 펀드, 롱숏펀드, 커버드콜펀드, 로우볼펀드, ELS 등 안정성 중심의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각광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KTB자산운용의 'KTB마켓스타주식_A'펀드는 2005년 3월 설정 후 2년간 적극적인 갈아타기 전략으로 코스피 대비 44.6% 초과수익을 올렸다. 이는 당시 국내주식성장형 펀드 중 최고 수익률로 기록됐다. 수익률 고공행진에 힘입어 설정 3년 만에 1조7000억원의 공룡펀드로 성장했다.
그러나 수익률 성과를 지속하지 못하면서 현재 설정액은 1752억원으로 감소했다. 2005년 설정부터 펀드를 운용해오던 김정희·안영회 펀드매니저가 2013년 5월 손을 뗐다. 최근 3년간 수익률은 -3.33%를 기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완 기자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