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차기 총리 윤곽에 파운드 상승 탄력
日 아베 총리 승리에 엔화 날개 꺾여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외환시장이 11일(현지시각) 정치권 움직임에 요동쳤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에 파죽지세로 뛰었던 엔화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참의원(상원) 선거 승리 소식에 주저앉았고, 파운드화는 차기 총리 윤곽이 드러난 데 따라 상승 탄력을 받았다.
파운드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에도 변화가 발생하는 모습이다. 브렉시트에 따라 당장 예상되는 충격보다 영국 경제의 장기적인 기회로 투자자들의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일본 엔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이날 장중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2% 이상 떨어졌다. 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지렛대 삼아 급등, 최근 99엔 선으로 밀렸던 달러/엔 환율은 장중 102.88엔까지 뛰었다.
이에 따라 엔화는 지난 4월 이후 상승분을 대부분 토해낸 셈이다.
악재는 정치권에서 불거졌다. 지난 주말 아베 총리의 선거 승리 소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부양책 확대 기대감을 재점화 했고, 이는 엔화 상승 탄력을 꺾어 놓았다.
아베 총리는 부양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고, 이로 인해 엔화는 달러화뿐 아니라 31개 주요 통화에 대해 일제히 내림세를 나타냈다.
앙드레 제이미 바클레이즈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부양책이 확대된다면 엔화 약세가 불가피하다”며 “하지만 엔화의 중장기 추세적인 상승이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말 엔/달러 환율이 87엔까지 밀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초 이후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17% 랠리한 상황. 연이은 부양책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에도 엔화는 강한 저항력을 과시했다.
영국 파운드 <사진=블룸버그> |
이날 파운드화는 완만하게 상승했다. 마찬가지로 재료는 정치권에서 나타났다.
안드레아 레드섬 에너지 차관이 총리 경선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따라 테레사 메이 후보가 54대 총리에 사실상 확정되자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번지면서 파운드화에 모멘텀을 제공했다.
영란은행(BOE)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강하게 점쳐지고 있지만 파운드화는 이날 정치권 소식에 일단 안도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실제로 영국 정치권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레드섬 후보가 기자회견을 갖고 결선 포기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지난달 국민투표 후 10월 사임 의사를 밝힌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오는 13일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발표했다.
투자자들은 새로운 총리가 사실상 확정된 데 따라 EU 회원국과 브렉시트 실무 협상이 본격화되면서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이 가닥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13일 총리직에 오를 예정인 메이 내무부 장관은 지난달 후보로 나서면서 내년까지 50조를 발동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피터 케르파타 ING 그룹 전략가는 “적어도 이제 투자자들은 영국을 누가 이끌 것인지 알게 됐다”며 파운드화의 완만한 반등을 설명했다.
BNP 파리바 역시 이날 파운드화 상승 흐름의 배경을 정치권 불확실성의 완화에서 찾았다. 하지만 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근본적인 사안들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반전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