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영화 ‘트릭’은 특종에 눈이 먼 기자 석진(이정진)이 오보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면서 시작된다. 이후 재기를 꿈꾸던 그는 낙하산 국장의 제안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도준(김태훈)과 그의 아내 영애(강예원)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만든다. 하지만 도준이 곧 촬영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문제가 생긴다. 물론 방송에 중독된 영애와 시청률에 미친 석진은 멈출 수가 없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이 영화는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이기심을 다룬다. 하지만 제목 그대로 ‘트릭’에는 커다란 속임수(trick)가 숨어있다. 즉, 이야기의 끝에는 예상치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숨겨놓은 이야기가 있으니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모두 의문투성이다. 이들은 자신의 ‘진짜’ 얼굴을 감춘 채 말하고 행동한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의도가 아니라면 이건 ‘트릭’의 결정적 마이너스 요인)이정진을 비롯해 프레임 속 모두가 또 하나의 연기를 펼치고 있는 느낌이다. 누가 누구와 한 편인지는 당연히 헷갈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설정부터 전개까지 모든 게 작위적이라는 데 있다. 분명 예상치 못한 반전인데 크게 놀랍거나 감탄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더욱이 늘어지는 초반부에 비해 반전이 공개되는 순간부터 결말까지가 지나치게 스피디(?)하다. 10분도 안되는 시간 동안 엉킨 실타래가 모두 풀리는 탓이다. 이해가 어려운 건 아니지만, 구태여 속도감을 노린 게 아니었다면 친절함을 택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새로운 지점은 이정진의 연기 변신 정도가 될 듯하다. 그간 훈훈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대중을 사로잡아 온 이정진은 명예 회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으로 변신, 이기적인 인간 본성을 그린다. 최근 KBS 2TV 단막극 ‘백희가 돌아왔다’로 웃음을 준 강예원이나 악역을 도맡아 왔던 김태훈의 순애보 연기도 인상적이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이창열 감독이 ‘트릭’을 만든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고 듣는 것만이 진실이라고 믿는, 무조건적이고 맹신적인 현 대중의 실태를 꼬집는다. 그리고 그보다 앞서 시청률과 특종에 목매는 언론의 생리를 지적, 미디어의 본질을 따져 묻는다. 결국 ‘트릭’은 그간 영화·드라마에서 수없이 다뤄 성공한 ‘직업윤리를 잃은 언론인들’에서 시작됐다. 그러니까 이 말은 적어도 감동이나 쫄깃함, 둘 중 하나는 가져가야 했다. 13일 개봉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이수C&E·㈜스톰픽쳐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