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뉴스핌=황수정 기자]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기쁘고 잊을 수 없는 순간이지만 역설적으로 이 수상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 여전히 저를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제가 과거에 했던 잘못들은 평생 사죄해야 하는 부분이고, 방송계의 문제적 인물인데 이렇게 큰 상을 받은 것은 여러분들 덕분이다" ('2015 MBC 연예대상' 대상 수상 소감 中)
김구라에게 대상의 저주는 없었다. 오히려 지난해 'MBC 연예대상' 대상을 수상한 직후 더욱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3일 개최한 '제52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 예능상을 수상하며 이를 입증했다. 호불호는 여전하지만 어쨌든 모두가 찾는 MC가 된 이유는 뭘까.
김구라는 대표적인 다작 MC다. 공중파,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구분 없이 활동하고 있다. 월요일에는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화요일 TV조선 '호박씨', 수요일 MBC '라디오스타', 채널A '아빠본색', 목요일 JTBC '썰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토요일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일요일 MBC '일밤-복면가왕'에 출연 중이다. 오는 15일 첫방송 예정인 JTBC '솔로워즈'까지 포함하면 일주일 내내 브라운관에서 김구라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지상파, 종편 가리지 않고 활동 중인 김구라 <사진=MBC '복면가왕' '마이리틀텔레비전', SBS '동상이몽', JTBC '썰전' 캡처> |
김구라의 노련한 입담과 진행은 쉽게 완성된 것은 아니다. 그의 인생사를 돌아보면 우여곡절이 많았다. 1993년 SBS 2기 공채 개그맨으로 시작했지만 오랜 무명 기간이 있었고, 독설로 인지도를 높였으나 막말로 1년 여의 자숙기간을 가져야 했다. 다시 인기를 높일 때쯤 공황장애를 앓았고, 17억 빚을 껴안으며 이혼을 결정했다. 사실 김구라가 다작하는 이유는 빚을 갚기 위해서다. 하나만 해도 힘겨운 일들을 겪으며 감정을 팔기보단 있는 그대로를 드러냈고 오히려 대중들의 호감을 샀다.
무엇보다 김구라는 기존 예능 문법은 물론 새로운 예능 문법을 잘 읽고 소화해낸다. 그는 자칭 타칭 '파일럿요정'으로, 현재 일요 예능을 휘어잡고 있는 '복면가왕'부터 '마이리틀텔레비전' '능력자들' '동상이몽' 등을 파일럿 때부터 함께 해 정규 프로그램으로 안착시켰다. 낯선 콘셉트나 포맷의 프로그램에도 잘 적응하고 그만의 스타일로 해석해낸다.
잡학다식함도 빼놓을 수 없다. 사회, 문화, 정치, 스포츠 등 모르는게 없고, 지난해 '집밥 백선생'에서 요리까지 배웠다. 넓게 퍼져있어 깊이는 다소 얕다는 게 약점이긴 하지만 덕분에 그의 돌직구가 무게감을 가지게 됐다. 특히 '썰전'에서 그는 대체불가다. 자칫 논란이 될 수 있는 이슈들을 잘 조율하며 시사 예능 부문에서는 독보적이다. 다만 최근에는 전원책 변호사와 유시민 작가의 엄청난 지식과 달변 때문에 예전보다 촌철살인이나 분량 자체가 줄어든 부분은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에 도전한 김구라 <사진=채널A '아빠본색' 캡처> |
최근 김구라는 리얼 버라이어티에도 도전했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아빠본색'에서 김구라는 최초로 아들 MC그리(김동현)와 함께하는 생활을 공개했다. 방송에서의 냉철한 김구라가 아닌 일상에서이 김구라는 다른 아빠와 다름없는 아들바라기였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김구라의 모습에 해당 방송은 4%(닐슨 수도권 유료방송 가구 기준)를 넘는 시청률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오르내리며 큰 화제를 모았다. 스튜디오를 넘어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출도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김구라에게 여전히 안티는 존재한다. 이는 스스로 뛰어넘어야 하는 과제다. 그의 독설과 건방져 보이는 태도는 어떤 이들에겐 웃음이지만 어떤 이들에겐 불편함을 준다. 방송 트렌드가 솔직함과 날 것 그대로의 발언들을 좋아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지만, 유독 김구라의 막말에 대해서는 날선 눈초리를 보낼 때가 많다. 또 방송국 PD나 관계자들의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인맥을 강조하는 등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를 여과없이 드러내 민망할 때도 있다.
김구라는 지난해 대상 수상 소감에서 '무한도전'을 언급하며 "국민 예능으로 매주 많은 언론,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그런 중압감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킨다. 어찌보면 매주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같은 예능인으로서 경외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김구라는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고는 있다. 다만 더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으로 선택을 받기 위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