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국민 남동생. 까방권(영원히 비난을 면제받는 권리)을 소유한 군필자. 혹은 ‘잘생기면 다 오빠야’란 유행어의 주인공. 그를 설명하는 말은 이 정도다. 그리고 이 수식어들에는 한 가지 공통적인 이미지가 내포돼 있다. 언제나 반듯하고 바른다는 것. 일테면 꽃미남이나 사기꾼과는 굉장히 거리가 먼.
언제나 모범생일 것만 같았던 배우 유승호(23)가 꽃미남 사기꾼이 돼 돌아왔다. 6일 개봉하는 신작 ‘봉이 김선달’은 주인 없는 대동강을 팔아 치운 전설의 사기꾼 김선달의 이야기를 다뤘다. 극중 유승호는 타이틀롤 봉이 김선달을 맡아 그간 보여준 적 없는 이미지를 선보인다. 믿을 수 있을진 모르겠으나 웃기고 능청스러우며 무려 ‘섹시’하다.
“‘봉이 김선달’은 다 내려놓고 ‘망가질대로 망가지자, 웃겨보자’는 마음으로 한 작품이에요. 물론 코믹 연기에 대한 부담은 됐죠. 하지만 코믹이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장르였거든요. 사실 이 나이대에서 할 수 있는 연기의 선택 폭이 그리 넓지 않은데 기회가 와서 오히려 좋았죠. 해보지 않은 거에 대한 두려움은 있었지만, 오히려 해보니 나름의 매력도 있고 재미가 있었어요. 또 다른 좋은 경험이 됐죠.”
유승호가 열연한 김선달은 우리가 잘 아는 구전 설화 속 인물이다. 물론 박대민 감독은 유승호를 주인공 자리에 앉히며 김선달을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로 재탄생시켰다. 넉살 좋은 양반이 아닌 도포자락 휘날리며 신나게 달리는 젊고 섹시한 인물로 바꾼 것. 그렇게 새로운 버전의 김선달이 된 스크린 속 유승호는 능청스럽게 농을 던지고 끊임없이 윙크를 날리며 작정하고 여심을 홀린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캔(Catch Me If You Can, 2002)’의 프랭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캐치 미 이프 유 캔' 속 디카프리오는 남자가 봐도 반할 정도죠. 그 영화야말로 여자들의 마음을 잘 알고 만든, 여심을 저격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전 그런 부분을 조금은 따라가자는 마음에서 작은 것들을 만들어냈어요. 예를 들면 윙크나 대놓고 주모를 꾀는 장면들이죠. 빤히 바라보는 거라던가요. 근데 그 장면들을 찍을 땐 정말 힘들었어요(웃음). 그래도 어차피 김선달이니까 갈 거면 확 가보자는 마음으로 촬영했죠. 느끼해 보일 수 있지만, 제가 어색해하면 보는 분도 분명 어색할 테니까요. 얼굴에 철판 깔고 제대로 해보자고 생각했죠.”
유승호가 이토록 마음을 굳게(?) 먹고 촬영에 임해야 했던 이유는 단 하나, 김선달과 자신이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실제 유승호는 영화 속 김선달과 완전히 상반되는 성향을 가졌다. 김선달처럼 애교가 많지도 않을뿐더러 처음 보는 상대에게 가벼운 농을 던질 만큼 능글맞은 성격도 아니다.
“김선달은 진짜 100% 만들어낸 거예요. 구태여 제 실제 모습이 들어간 부분을 꼽으라면, 성대련(조재현)과 대립할 때 정도죠. 그 외에는 제 모습은 없어요. 평소 저는 김선달과 정반대니까요. 애교도 많이 없죠. 애교는 진짜 딱 엄마한테만 부리거든요. 근데 확실히 민석이(엑소 시우민) 형이 그런 걸 잘하더라고요. 쇼케이스 할 때도 보면 완전 다르죠. 아이돌은 아이돌이라고요. 전 그런 거 너무 민망해요. 손하트 이런 것도 부끄러워서 못해요(웃음).”
낯간지러운 행동에 유독 약한 유승호에게 힘든 건 또 있다. 바로 로맨스 연기다. 그간 종종 로맨스(물론 유승호의 멜로는 마냥 즐겁거나 달콤한 사랑은 아니었다)장르를 찍어왔지만, 매번 그 연기가 힘들었다. 이유는 공감의 부재다.
“그냥 로맨스는 공감이 잘 안돼요. 제겐 굉장히 어려운 장르죠. 물론 그런 드라마나 영화를 찍는다고 상대와 사랑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찍을 수는 있어요. 하지만 공감할 수는 없다는 거죠. 조금이라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야 표현의 폭이 넓어질 텐데 그런 부분에서 제약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더 어렵게 다가오고요. 연애요? 선배들도 연애를 많이 해봐야 연기에도 도움이 되고 배우로서 더 성숙해질 수 있다고 하지만, 직업 특성상 조심스럽기도 하고 확실히 제약을 받는 부분도 많으니까요.”
사실 유승호가 조심하는 건 연애뿐이 아니다. 공인이란 울타리 안에서 산 후로 매 순간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있다. 누가 시켜서 하는 행동이라기보다 그냥 어린 시절부터 이곳 생활을 하면서 직접 배우고 터득한, 일종의 규칙 같은 거다. 어린 나이지만 아역 배우부터 시작했으니 사회생활 16년 차. 그 시간 동안 많은 선후배가 살아남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유승호는 그렇게 자신을 (안쓰러울 정도로)채찍질하며 살아왔다.
“문제 생길 일은 뭐든 하지 말자는 생각이 강해요. 그래서 다 멀리하는 편이고요. 문제 될 일은 근처에도 안가요. 여가가 생기면 친구들이랑 가끔 커피 마시고 피시방 가는 게 전부죠. 물론 저도 때때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해요. 하지만 그냥 혼자 그 문제를 안고 있으면 때가 되면 사라지죠. 당연히 술을 마시거나 혼자 드라이브를 하면 스트레스는 풀리겠죠. 하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이 걱정되는 게 사실이에요. 신경 쓰이죠. 그래서 현장이 좋아요. 그곳에선 다 잊게 돼요. 아무래도 집중해야 할 게 생기니까요.”
‘봉이 김선달’ 홍보에 한창인 유승호의 차기작은 미정이다. 전역 후 너무 달려온 만큼 쉼표가 필요하다. 실제 유승호는 지난해에만 드라마 ‘상상고양이’ ‘리멤버-아들의 전쟁’, 영화 ‘조선마술사’ 그리고 ‘봉이 김선달’까지 네 작품을 촬영했다.
“욕심이 많고 급했죠. 그래서 지금은 ‘리멤버-아들의 전쟁’ 끝나고 영화 홍보하면서 휴식을 가지고 있고요. 이젠 천천히 보려고 해요.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죠. 그땐 군대에 있으면서 연기에 대한 갈증이 너무 심했고 이것저것 욕심이 컸어요. 그건 제가 실수한 부분이죠. 이젠 좀 천천히 가려고 해요. 전 편한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잔잔하게 천천히 가는, 광팬은 없어도 ‘저 배우 나오네, 재밌겠다’는 마음이 드는 배우요. 송강호 선배처럼요(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