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등 상장 이후 주가 '반토막'…상장 당시 '거품' 지적도
[뉴스핌=최유리 기자] 지나친 기대가 오히려 독이 됐을까.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시 입성부터 관심을 모았던 IT 기대주들이 힘없이 주저앉고 있다. 주가가 상장 당시보다 반토막 나면서 화려한 데뷔가 무색해진 셈이다. 지배구조 이슈나 신사업 등으로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상장 이후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기대주에서 소외주로 전락한 삼성SDS가 대표적이다. 지난 28일 삼성SDS는 13만7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2014년 11월 상장 당시부터 32만원까지 오르며 공모가 19만원을 가볍게 뛰어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45.1%가 빠지며 맥을 못 추고 있다.
상장 후 지난 28일까지 삼성SDS의 주가 추이 |
상장 당시 주가를 끌어올렸던 요인이 되려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물류사업의 성장성과 함께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이를 모두 비켜갔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800억원 규모의 삼성SDS 지분을 매각하면서 주가는 22만원대로 미끄러졌다.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줄 알았던 오너 지분이 실탄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쓰였다는 사실에 투자자들이 실망감을 나타낸 것이다. 이달 들어서는 미래 먹거리로 키우던 물류 사업에 대한 분할을 검토하면서 주가는 또 한번 급락했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프리미엄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게 됐다"면서 "물류 사업에서 성장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게 상장의 포인트였는데 이 역시 무색해졌다"고 평가했다.
데브시스터즈, 더블유게임즈 CI <CI=각 사> |
데브시스터즈, 더블유게임즈 등 상장 당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게임사들도 주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실적이 시장의 눈높이를 밑돌면서 증시 데뷔 때 받았던 기대가 '거품'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데브시스터즈와 더블유게임즈는 상장 이후 꾸준한 하락세로 첫 날 썼던 최고가 기록을 여전히 뛰어넘지 못한 상황이다. 각각 주가가 2만7000원, 3만7400원으로 최고가 대비 55.7%, 40.2% 빠졌다. 데브시스터즈의 경우 '쿠키런' 이후 신작이 없고, 더블유게임즈는 마케팅비 증가로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채우지 못했다는 평가다.
나태열 현대증권 연구원은 데브시스터즈에 대해 "부진한 실적으로 주가가 이미 조정을 받은 상태지만 신작 콘텐츠가 공개되고 반응이 확인되기까지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할 상장부터 최근까지 잇단 악재에 시달린 NHN엔터테인먼트(이하 NHN엔터)도 주가가 반토막난 IT주다. 2013년 네이버와 분사한 이후 14만4581원에서 지난 28일 6만2300원으로 56.9% 하락했기 때문이다.
회사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해 온 웹보드 게임 매출이 2014년 정부 규제 이슈로 타격을 받은 게 시작이었다. 이후 간편결제 페이코를 앞세운 전자상거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실적 부진이 더해졌다. 마케팅 등 투자 비용이 늘어난 것에 비해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해 54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IT 시장의 성장률이 저하되면서 거품론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특히 변동성이 큰 지배구조 이슈나 흥행작 하나에 의존하기보다는 선별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