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마이 프렌즈'에 출연 중인 나문희, 고두심, 김혜자(왼쪽부터) <사진=tvN '디어 마이 프렌즈 '홈페이지> |
[뉴스핌=이현경 기자] 드라마 속 엄마들이 달라졌다. 뒤에서 묵묵히 자식만 걱정하던 모성애 넘치는 엄마들이 이젠 자식들만큼 개성 넘치는 면모로 사랑을 받고 있다.
자식들 걱정에 눈물 짓던 모성애는 이제 드라마 속 엄마들의 일부가 됐다. 요즘 드라마 속 엄마들은 자식들보다 엉뚱하고 개성이 강하다. 때론 이야기를 몰아가는 엄청난 카리스마도 발휘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노년의 이야기를 전진 배치한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고두심, 나문희, 김혜자, 윤여정, 신구, 주현 등 일명 ‘시니어벤져스’ 군단이 참여한 드라마다. 고현정과 조인성은 거들뿐, 평균 나이 72세인 중견 배우들의 활약이 중점적으로 펼쳐진다.
‘디어 마이 프렌즈’를 집필한 노희경 작가가 이미 제작발표회에서 밝혔듯 이 드라마는 트렌드를 좇지 않는다.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노인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각 캐릭터들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시청자가 봐왔던 흔한 드라마와 확실히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낯설지는 않다. 오히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캐릭터로 구성돼 정감이 간다.
고두심과 '디어 마이 프렌즈'의 출연자들 <사진=tvN '디어 마이 프렌즈' 캡처> |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고두심은 딸과 격이 없는 엄마다. 딸에게 욕을 퍼붓거나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치열하게 싸운다. 하지만 금세 언제 그랬냐는 듯 쿨하게 화해할 줄도 아는 엄마다. ‘국민 엄마’였던 고두심의 반전 면모를 보는 재미가 그래서 있다.
김혜자는 4차원 소녀 캐릭터다. 캬바레에 춤을 추러가거나 매사 적극적인 고두심과 완전히 반대의 캐릭터다. 그는 매사가 조심스럽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엉뚱함과 소녀같은 모습으로 모두를 웃게 만든다. 더불어 상대를 향한 배려로 주변을 더 따뜻하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극중 나문희가 연기하는 문정아는 인물 중에서 가장 사실적인 엄마 캐릭터다. 가부장적이고 외고집인 아버지에 군말 없이 내조하는 엄마다. 더욱이 결혼한 딸들의 뒷바라지까지 책임진다. 하지만 결혼한 딸들의 집에 가서 아르바이트로 집안일을 도와주는 야무진 면도 제법 매력적이다.
최근 문정아는 극중 남편 석균(신구)에 이혼 선언을 하면서 시청자의 관심을 받았다. “그 사람이 싫은 게 아니다. 그냥 나 혼자 마음 편하게 맥주 한 잔 먹고 싶어서 나왔다”는 정아의 말이 잔잔한 여운을 주기까지 했다.
연기력 구멍 없는 배우들의 활약이 담긴 ‘디어 마이 프렌즈’. 지난 11회에서 노인들의 이야기를 예쁜 이야기로 포장해 소설로 쓰겠다는 완(고현정)에 주인공 7인은 “인생은 원래 막장이야” “우리가 외롭다는 걸 자식들도 알아야 해”라며 철저하게 자기 목소리를 냈다. 각기 자신의 사연이 묻어난 개성이 넘치는 목소리였다. 그러면서도 “자식들이 이런 말을 듣고 속상해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엄마로서 마음을 또 드러냈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노년의 이야기를 조명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드라마와 다르게 캐릭터들이 빛난다. 드라마 관계자는 “‘디어 마이 프렌즈’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노년을 맞은 이들의 리얼한 삶을 그리고 있다. 이 때문에 각자의 사연이 더 부각되고 캐릭터가 뚜렷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MBC '가화만사성'의 서이숙, tvN '또 오해영'의 김미경, SBS '미녀공심이'의 오현경 <사진=각 방송 캡처> |
드라마 속 엄마 캐릭터의 변화는 다른 작품에서도 두드러진다. 특히 주연 못지 않게 조연으로 엄마 역을 제대로 해내는 스타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속 해영(서현진)의 엄마 덕이(김미경)가 대표적이다.
‘또 오해영’의 인기만큼이나 덕이 캐릭터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왈가닥에 능청스러움으로 똘똘 뭉친 해영을 보고 있으면 ‘그 엄마의 그 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덕이도 만만찮은 캐릭터다. 파혼 후 속상함에 술에 취해 늦은 밤 거실에서 홀로 탱고를 추는 딸을 딱하게 보다가 그 옆에서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더 열심히 춤추는 덕이는 많은 시청자를 웃게 했다.
전통적인 드라마 속 엄마들과 다른 다혈질 성격도 눈에 띈다. 화를 낼 때도 말로 다그치는게 아니라 옷을 하나씩 벗어가며 훌훌 던지는 특이한 행동을 한다. 더구나 자신의 딸을 흉보는 동서 앞에서는 절대 참지 않는다. 딸에 대한 얘기에서는 더욱 예민해지는 엄마의 모습도 잃지 않고 있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SBS ‘미녀공심이’의 미스코리아 출신 엄마 주재분(오현경)도 주목할 캐릭터다. MBC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에서 지나친 모성애로 아들의 인생을 망가뜨린 엄마 장경옥(서이숙)도 시선을 끄는 엄마다.
이처럼 최근 화제를 모은 드라마 속 엄마 캐릭터들은 모성애는 기본이요, 넘치는 개성까지 살리며 시청자들의 실제 삶에 보다 깊숙히 들어와 있다. 사회와 시대상의 변화에 맞는 드라마 속 엄마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변화는 연기 경력이 적게는 20년, 많게는 30년 이상 되는 베테랑 배우들이 탄탄하게 극을 받쳐줬기에 가능했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