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허정인 기자] 우리나라 국고채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불안감에도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정도 국가신용등급(AA)에, 이 정도 금리면(10년만기 국고채 15일 종가 기준 기준 1.622%) 충분히 매력있는 투자자산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15일 미국은 금리를 동결하면서 브렉시트를 언급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동결을 결정한 요인 중 하나는 브렉시트”라고 말했다. 영국의 행보가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시장의 불안을 뒤로한 채 영국 내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국민의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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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탈퇴를 결정하면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증폭된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계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고 금융시장 리스크가 확대돼 주요국의 해외자금도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 강선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위험회피 심리심리 강화로 외국인이 순매도에 나서면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우려했다.
여기서 우리나라 국고채는 포지션이 애매하다. 신흥국 시장에 상장돼 있다는 점에서 외자유출 우려가 크지만, 국고채라는 점에서 나름 안전한 투자처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채권 전문가들은 “끄떡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영국이 탈퇴한다 해서 우리나라 국채 상환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며, 채권을 반드시 사야 하는 투자자 입장에선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는 여타 선진국에 비해 현 금리 수준은 충분히 메리트 있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외인의 특별한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았다. 외국계 은행 채권 딜러는 “자금을 뺄거라면 이미 많이 움직였어야 한다. 국채선물을 미리 매도해놓는다든가 그런 모습이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외인이 사고 있다”면서 “전조현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안전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민첩한 채권시장이 브렉시트 불안감을 미리 반영한 부분도 있다. 지난 13일 3년만기 국고채 금리와 10년만기물 금리는 각각 1.311%, 1.615%로 최저점을 찍고 이날도 최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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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영국의 국민투표에서 탈퇴가 결정되면 우리나라 10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1.4%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전세계적으로 안전자산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 국채로 자금이 대거 모이고, 우리나라도 이에 연동돼 금리 급락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 10년 금리는 2012년 2월 저점인 1.38%까지 하향 시도할 것 같고 한국은 이를 좇아 대폭 금리가 내려 앉을 것”이라며 “이후엔 브렉시트 불안감 해소에 1.55~1.65% 수준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불안감도 상존한다. 달러화 가치가 급상승하는 경우다. 브렉시트 발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 가치가 급등하면 외인 입장에선 차익거래 유인이 줄어 투자가치가 감소한다.
김지만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채권은 안전자산이라 타격은 크지 않을 듯하지만 환율 상승으로 외국계 자금이 빠지면 이후 채권이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면서 “브렉시트 이후 초기에는 채권이 강세를 보이겠지만 시간 지나면서 추경 준비랑 맞물리면 약세로 전환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