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료기관, 정신질환 등 특정 환자 기피하기도
[세종=뉴스핌 이진성 기자] #지난 13일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에 입원한 A씨는 입원 내내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보건복지부에서 의료기관 평가인증을 나온다며 환자들에게 사물함을 치워줄 것을 요구하고, 일부 간호사들은 사복으로 갈아입고 입원실에서 보호자 행세를 하는 등 불편을 끼쳐서다. A씨는 기자에게 "의료기관 평가인증을 이러한 꼼수로 받아도 되는 것이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앞으로 복지부 평가인증을 진행중인 의료기관의 방문은 자제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의료기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해당 기간동안 특정 환자를 받지 않거나, 편의시설을 철거하는 등 환자들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평가인증을 통해 의료수가를 높이겠다는 일부 의료기관의 욕심 때문에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16일 최근 국제성모병원에 입원했던 다수의 환자들은 뉴스핌에 "복지부의 의료기관 평가인증 때문에 입원내내 불편했다"고 밝혔다. 평가인증이라는 명목하에 환자들에게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홈페이지 캡쳐> |
최근에 국제성모병원에 입원했던 인천에 거주하는 A씨는 "간호사들이 온 병실을 다니면서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제공되는 사물함을 치워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일부 간호사들은 사복으로 갈아입고 병실에 보호자인척 하며 밤 12시 이후까지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핌에 제보를 한 A씨외에도 다른 환자들에게 문의한 결과, 이 같은 병원 측의 대응에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비단 국제성모병원 사례 뿐일까. 뉴스핌은 국제성모병원외에도 경기, 충청, 경남 지역 등 병원 관계자 등에게 해당 내용에 대해 문의한 결과 실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태라는 답변을 얻었다.
복지부는 의료기관 평가인증에 나설 때 약 2주전에 해당 의료기관에 통보한다. 이 기간 언제 방문할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환자에 대한 서비스 및 의료의 질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목적이다.
다만 의료기관들은 이 기간이 통보되고 나면,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청소, 환자 관리 등에 집중한다. 문제는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데 있다. 국제성모병원의 사물함 치우기, 간호사가 보호자 대행하기 등을 비롯해 일부 병원은 특정 환자의 입원을 거절하기도 한다.
국립대병원에 근무하는 한 전문의는 "의료기관 평가인증이 시작되면 정신질환자, 치매환자, 섬광증상 등의 환자는 받지 말라는 지시가 떨어진다"면서 "씁씁하긴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 사립병원들은 더 심할 것이다"고 밝혔다.
복지부 의료기관 인증제는 병원급 이상을 대상으로는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단 모든 요양·정신병원 등은 2013년부터 환자권익 보호 및 의료서비스의 효과적인 질 관리를 위해 의무적으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인증을 획득한 의료기관은 기본가치체계, 환자진료체계, 지원체계 및 성과관리체계 등으로 구성된 200~500여개의 조사기준을 충족해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의 질이 적정 수준에 도달하였음을 복지부와 인증원으로부터 공식 확인받는 것이다.
인증기관으로 등록되면, 안전시설 및 진료의 질을 높인 대가로 의료수가 등에서 보상을 받게 된다. 하지만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일부 병원들은 보여주기식으로 복지부의 평가인증을 받을려는 모양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예전부터 평가인증 시기에 맞춰 설문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병원 주변에 친인척을 동원하는 등의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면서 "복지부에서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에 복지부는 평가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 진료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에 일정을 공유하고 점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점검 때 환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더 철저히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안전 및 진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취지를 악용하는 의료기관들 때문에 본래 취지가 훼손될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최근 환자들의 민원에 대해 국제성모병원 측은 "환자들의 주장은 모두 거짓말이다"면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