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부터 이어진 상장설 현실로…글로벌 '퀀텀점프' 노려
[뉴스핌=최유리 기자]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주식회사의 증시 데뷔가 임박했다. 라인이 10일 이사회를 열고 상장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내달 미국과 일본 증시에 동시 상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2014년부터 이어진 상장설이 현실화된 모습이다.
상장 시 시가총액 규모는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라인의 해외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IPO(기업공개)를 통해 수혈한 자금으로 동남아시아에서 신규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용자 기반이 약한 북미 지역에서도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동남아 메신저 주도권 강화…북미 본격 진출 전망도
<라인 CI=네이버> |
10일(현지시간) 일본 주요언론들은 도쿄 증권거래소와 뉴욕 증권거래소가 이날 라인의 상장을 승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라인이 뉴욕 증권거래소와 도쿄 증권거래소에 동시 상장하는 것이 확인됐고 두 거래소가 이날 상장을 승인한다"면서 "일본 기업이 두 곳에 동시 상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외신에 따르면 라인은 IPO로 10~20억달러(1조1800억원~2조37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시가총액 규모는 50~60억달러(5조9300억원~7조1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는 IPO로 실탄을 장전한 라인이 동남아시아에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신규 서비스를 내놓거나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라인은 지난 2월 인도네시아 O2O(온·오프라인 연계) 사업자인 '고젝'과 손잡고 오토바이 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 태국에서는 배달 서비스인 '라인맨'을 출시했다. 라인을 메신저뿐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허브'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한 셈이다.
이성빈 교보증권 연구원은 "라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면서 "새로운 국가로 진출하기 보다는 태국, 대만 등 이용자 기반이 확고한 곳에서 O2O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남아 외에 북미 시장으로 발을 넓히기 위해 경쟁사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용자 기반이 약한 북미를 공략하기 위해 투자금을 풀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동시 상장하는 것은 북미 시장에 진출하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페이스북, 스냅챗, 왓츠앱 등이 메신저 시장을 이미 장악하고 있어 M&A(인수·합병) 등 공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2014년부터 불거진 상장설…몸값은 당초보다 낮아져
라인의 상장 계획이 처음 불거진 것은 2014년이다. 이후 모회사인 네이버와의 의견 차이나 라인의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상장이 연기됐다. 특히 지난해 2분기 라인이 출시 이후 처음으로 매출 감소세를 기록하면서 연내 상장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라인 MAU=네이버> |
지지부진했던 상장설은 올해부터 급물살을 탔다. 지난 2월 네이버는 황인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라인 CFO로 임명했다. 네이버의 살림을 담당하던 황 CFO가 자리를 옮기면서 IPO가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여기에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믹스라디오'를 청산하는 등 비용효율화에 나서면서 상장설은 더욱 힘을 얻었다.
2년간 상장 시점을 엿본 사이 라인의 예상 몸값은 당초보다 낮아진 상황이다. 2014년 라인의 시가총액은 1조엔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현재는 6000억엔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라인 이용자 증가 속도가 둔화된데다 트위터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당초보다 낮은 몸값에 네이버 주가도 단기적으로 조정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성종화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금이 네이버보다 라인에 쏠리면서 네이버 주가는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라인의 시장 가치가 명확해지면서 네이버의 잠재력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라인주식회사는 글로벌 메신저 서비스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초 전 세계 누적 가입자 수 10억명을 돌파했고, 3월 기준 2억1840만명의 월간 사용자 수(MAU)를 확보했다. 특히 일본과 태국에서는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은 상황이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