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분할 이어 중공업ㆍ물산 구조조정도 고개.."별도 신경영 행사는 없어"
[뉴스핌=김신정 기자] 삼성그룹의 사업재편 작업이 다시 시작됐다.
시장에선 삼성SDS분할에 이어 삼성중공업 매각, 삼성물산의 건설부문 재정비 등 그동안 잠잠했던 여러 시나리오들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1등을 못하는 사업은 정리한다,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방침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7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23주년을 맞는다. 이 회장은 지난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자기혁신 경영철학을 강조하며 신경영을 선포했다. 그가 신경영을 선포하면서 언급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세간에 두고두고 회자돼 왔다.
신경영은 글로벌 삼성을 만든 핵심이었기에 그동안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치러왔지만, 이 회장이 쓰러진 지난 2014년 이후부터는 별다른 행사를 하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올해도 별도의 행사 없이 차분히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그룹은 이날 삼성 인트라넷 '싱글' 로그인 화면에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당시 어록 중 "변한다고, 변했다고 말만 하면 믿겠는가.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 변화한다는 말도 필요 없다.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는 어구를 띄웠다.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지난 2년간 이 부회장은 사실상 삼성을 이끌며 과거 문어발식 확장 대신 '잘 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자'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와함께 승계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의 지주 역할을 해온 제일모직(옛 에버랜드)과 삼성물산을 합병해 '통합삼성물산'을 출범시킨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지배하는 큰 틀을 구축했다. 그 후 그동안 합병설을 부인해왔던 삼성SDS가 사업분할 작업 착수에 본격 들어가며 삼성의 사업 재편 작업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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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제26회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다만 삼성SDS가 분할 후 삼성내 다른 계열사로 합병되기까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기업 가치 훼손에 따른 상당한 주가하락 피해를 본 삼성SDS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1000여명으로 구성된 삼성SDS 소액주주모임은 사업부문을 헐값으로 매각한다면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을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시장에선, 삼성SDS가 물적분할 후 향후 IT서비스 사업군을 삼성전자에 매각한 뒤, 물류부문을 삼성물산과 합병할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방안이 이 부회장 등 대주주 입장에서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라는 설명이다.
공영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SDS 물적분할을 통해 IT서비스 사업을 삼성전자에 매각하고 확보한 현금을 가지고 이 부회장 등 최대주주가 향후 삼성전자 지분 취득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 9.20%를 보유하고 있고, 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도 각각 3.90%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 동안 삼성가 삼남매의 지분율이 17%에 달해 업계에선, 삼성SDS가 삼성 주요 계열사와 합병할 것이라는 추측이 계속 제기돼 왔다.
이와함께 최근 KDB산업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한 삼성중공업의 재편 작업도 관심사다. 과거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재추진설도 나오고 있지만 조선업계간 '빅딜'도 점쳐지고 있다.
삼성물산 주택사업 부문에 대한 매각설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과거 KCC와 물밑협상을 벌였으나 건축과 주택사업부 매각을 두고 의견 불일치로 막판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 금융, 바이오 3대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이미 사업재편 작업 일환으로 화학과 방산 등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한 삼성은 현재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의 지분 일부 매각을 추진중이나 프랑스 퍼블리시스와 협상이 난관에 부딪힌 상태다. 제일기획이 보유한 스포츠구단 처리 방안이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앞으로 삼성 사업 재편과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 등으로 삼성 내 계열사의 매각이나 병 이슈가 꾸준히 나올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