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업-엔지니어링 합병·금융지주회사 설립 등 부인
[뉴스핌=황세준 기자] 김종중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이 삼성의 사업재편이 끝났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그 의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사장은 26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10대그룹 CEO 전략대화'에 참석한 후 삼성그룹의 사업재편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제 정리할 것 없다"며 "사업재편 끝났다고 봐야죠"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 계열사 전반의 사업전략을 조율하는 중책인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의 입에서 '끝'이라는 단정적인 단어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삼성 사장단은 중요 사안에 대해 주로 '검토 중' 또는 '결정된 바 없다'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또 삼성그룹은 제일기획 매각이 결론나지 않았고 삼성물산 건설부문 매각설, 삼성중공업과 엔지니어링 합병설, 삼성 금융지주회사 출범설 등 다양한 사업재편설들이 시장에서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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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중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사진=뉴스핌DB> |
일단 김 사장의 발언은 표면적으로 제일기획 매각을 비롯해 시장에서 제기된 다양한 설들을 모두 부인하는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삼성 금융지주회사 출범은 그동안 이재용 체제로 전환하는 핵심으로 지목돼 왔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의 현 지배구조가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지주회사 전환이 필연적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 설립,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비금융계열사의 일반 지주회사 설립 후 두 지주회사를 수직으로 연결하는 최종지주회사를 설립할 것으로 예측했다.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면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금융지주→여타 금융계열사의 출자구조를 통해 금융부문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면서 이 부회장이 상속받은 삼성생명 (또는 금융지주)의 주식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올해 초 삼성전자가 보유했던 삼성카드 지분을 삼성생명이 인수한 것은 금융지주 설립을 위한 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삼성중공업과 엔지니어링의 합병설 역시 양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양사의 합병은 주주 반대로 무산된 바 있는데 8월부터 원샷법이 시행되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이 20일에서 10일로 줄어들어 합병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성 미래전략실은 "당장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만한 재편 작업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이라는 입장이다.
조선업계는 김 사장 발언에 대해 삼성중공업은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날 김 사장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조선업계 구조조정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진 것과 관련 선긋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날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간담회에서 "기업활력제고법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사업재편을 정책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며 “조선 등 글로벌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일부 업종은 경쟁력 수준 등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슷한 시각 금융위원회가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공식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그동안 대우조선을 인수할 후보로 지목돼 왔다. 김 사장 발언은 금융위원회 입장과 맥을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최근 여소야대 정국이 되면서 삼성 내부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이 어렵다고 판단해 추진을 잠정 보류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삼성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는 중간지주회사를 허용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이 필요한데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재벌특혜라고 비판하며 반대해 왔다. 이 법은 19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상태고 20대 국회 재상정되도 원안 통과가 불투명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지주회사 전환이 쉽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쪽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급하게 추진하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재계는 김 사장 발언에도 불구하고 비핵심사업으로 여겨지는 계열사는 끊임없이 매각설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이 지난 3년간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고 전자, 바이오, 금융의 세 축으로 주력사업을 재편해 왔다는 점에서다. 지난해만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한화 방산 빅딜, 삼성-롯데 화학계열사 빅딜 등이 이뤄졌다.
재걔는 삼성 사업 재편이 결국 지배구조를 단순히 해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차원인 만큼 추가 사업재편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