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상환 후 윤 회장 직접 신사업 챙겨…제2의 방판 신화 구슬땀
[뉴스핌=강필성 기자]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지난 1일 본사를 돌며 직원들에게 한 말이다. 밝은 표정으로 직원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그는 한결 어깨가 가벼워 보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2012년 지주회사 웅진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발생한 채무 1조4384억원 중 256억원을 제외한 모든 채무를 이날 조기상환했기 때문이다.
법정관리 과정에서 자식 같은 계열사를 잃어야 했던 윤 회장에게는 각별하지 않을 수 없는 날이었다.
2일 웅진그룹에 따르면 지주사 웅진은 2주간 채권자를 대상으로 1470억원에 대한 조기상환에 신청을 접수하고 이중 1214억원에 대해 조기 변제를 완료했다. 이 회생채무는 당초 2022년까지 분할 상환해야하는 상황이었지만 6년을 앞당겨 갚은 셈이다.
기업회생절차 과정에서 발생한 법정관리 채무 1조4384억원 중 남은 채무는 256억원에 불과하게 됐다.
윤 회장이 조기변제라는 과감한 수를 던진 것은 법정관리의 상처를 회복했다는 뜻과 함께 그룹 재건에 대한 자신감을 비춘 것으로 해석된다.
웅진그룹은 2014년 2월 법정관리 졸업 이후 재도약을 준비해왔다. 그룹의 맏형이 된 웅진씽크빅은 ‘웅진북클럽’을 통해 기존에 없던 학습지의 새로운 서비스를 열었고 터키의 정수기 렌털사업과 화장품 방문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방문판매의 신화’로 꼽히던 윤 회장의 두 번째 도전이 가시화된 것이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사진=웅진그룹> |
사실 지난 2012년 법정관리는 윤 회장에게 있어 그의 삶을 통틀어 가장 큰 위기 중 하나였다. 당시 웅진그룹은 과도인 인수합병과 경기 하락에 따른 부채 급증으로 인해 법정관리 과정에서 웅진코웨이(현 코웨이), 웅진케미칼(현 도레이케미칼), 웅진식품 등 알짜 회사를 줄줄이 매각해야 했고 당시 32개였던 계열사는 15개로 줄었다.
윤 회장이 횡령·배임혐의로 기소됐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었다.
당시 법정에서 윤 회장은 “가끔 답답한 마음에 남산 길을 걸으면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고 다 나에게 욕을 하는 것 같았다”고 괴로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웅진그룹은 현재 가장 역동적인 중견 기업 중 하나가 됐다. 2014년 2월 법정관리 졸업 이후 신사업을 통해 역량을 증명한 웅진그룹은 이제 화장품과 해외 정수기 렌탈사업에 방점을 맞추는 중이다.
웅진그룹은 지난 3월 터키 정수기 렌탈법인 에버스카이와 화장품 판매법인 웅진릴리에뜨를 각각 신설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윤 회장은 이중 화장품의 제품 개발부터 사소한 보고까지 직접 챙기는 등 화장품 사업에 총력전을 펼치는 중이다. 기존 방문판매와 달리 웅진의 화장품사업은 ‘온라인 방문판매’라는 형식을 취하는 새로운 형태의 방문판매 사업 모델이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최근 신사업이었던 ‘웅진북클럽’의 경우 윤 회장이 일주일에 한번 회의를 주관하며 모든 보고를 챙길 정도였다”며 “최근에는 화장품 사업의 사소한 것 하나까지 직접 챙길 정도로 열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화장품의 초기 성과는 긍정적이다. 웅진그룹에 따르면 화장품 관련 온라인 회원수는 1만2000명으로 현재까지 8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