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2년새 엔진사고 5건에 달해 정비 부실 논란
사고대처 능력은 적절했지만, 승무원 지시 무시하는 탑승객은 아쉬워
[뉴스핌=이성웅 기자] 지난 27일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KE2708편 화재 사건이 대한항공의 부실정비 논란과 함께 일부 승객들의 이기적인 태도를 여실히 드러냈다.
대한항공의 연이은 엔진 이상이 부실정비 논란을 낳았고, 이 같은 점을 일부 승객들이 이번 사고에서 '승무원의 조치가 미흡했다'고 키우고 있어서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대한항공 여객기가 엔진 문제로 이륙이나 비행을 중단한 사건은 5건이다. 이번 사고 전에도 가깝게는 지난 15일에도 인천-로스앤젤레스 항공기가 엔진 이상으로 멈춰서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12월에도 도쿄를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엔진결함으로 오사카 공항에 착륙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연이은 엔진 고장에 정비가 부실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정비예산은 지난 2012년 9427억원에서 2014년 8334억원으로 줄었다는 사실이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알려졌다. 같은 기간 실제 정비시간 역시 8.28%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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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KE2708 항공기에서 발생한 엔진 화재 사고 당시 운항 승무원 및 객실 승무원들이 반복된 훈련상황을 토대로 매뉴얼에 의거한 절차를 신속·정확하게 수행했다고 30일 밝혔다.<사진=뉴시스> |
당시 보고서를 제출한 국토교통부는 "과도한 원가절감으로 안전과 직결된 규정 미준수가 우려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항공업계는 이번 사고에 대해 정비부실의 가능성은 있으나 사고 대처방법이 적절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사고는 하네다공항에서 김포공항을 향하던 KE2708편 기장이 이륙 준비 중이던 27일 오후 12시20분 경 1번 엔진의 화재를 감지하고 항공기를 멈춰세웠다. 이후 엔진에 장착된 소화기를 분사했으나 화재가 진압되지 않자 승객 탈출 절차를 실시했다.
항공기 비상사태 발생 시 탈출 절차는 ▲기체 정지 ▲ 상황 파악 및 보고 ▲탈출 명령 하달 ▲탈출용 슬라이드 전개 ▲탈출 ▲사후조치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피해 승객들 사이에서 "비행기가 멈춘 뒤 5분 동안 승무원들이 이렇다 할 움직임 없이 '가만히 있으라'고만 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은 절차에 의거해 안전한 탈출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5분 동안 기장은 상황 파악 및 보고를 완료하고 탈출 시기 및 방법 등을 구상해야 한다. 그 사이 객실승무원 들은 탈출 명령 직후 각각의 임무를 수행할 준비를 마친다.
반면, 탈출명령이 내려오면 객실승무원들은 그 즉시 행동에 들어간다. 대한항공 비상상황 시 업무 매뉴얼에 따르면 '객실 승무원은 기장의 지시를 받아 탈출구를 개방하고, 크고 단호한 어조로 탈출 명령을 지속 실시해 승객의 탈출을 지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면서도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고 대처 과정에서 탑승객들의 안일한 태도는 반드시 고쳐져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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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벌어진 대한항공 KE2708편 엔진사고 현장에서 탑승객들이 짐을 챙겨서 항공기를 탈출하고 있다. <사진=MBC뉴스데스크 캡쳐> |
실제로 이번 사고현장을 촬영한 영상들에는 슬라이드를 통해 탈출한 승객들 대부분이 개인 화물을 챙겨서 나오는 장면이 포착됐다. 탈출이 진행 중인 기내 내부를 촬영한 영상에서도 좌석 위에 위치한 짐칸이 텅텅 비어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승무원들이 탈출 시에 맨몸으로 내려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항공기 사고 시 전개되는 슬라이드는 질소를 충전해 부풀리는 구조로 개인 캐리어나 하이힐 구두 등에 의해서 파손되기 십상이다. 더욱이 좁은 항공기 내부 사정상 개개인이 짐을 챙기려고 할 경우, 탈출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2차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이번 사고 당시에도 객실승무원들이 탑승객들에게 화물을 포기할 것을 지시했지만, 승객들이 이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가장 최선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지만 일단 사고가 발생했다면 승객들은 숙련된 승무원에 지시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줘야 한다"며 "다행히 이번 사고는 큰 사상자가 없었지만 짐 먼저 챙기는 승객들의 모습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일부 승객의 이기주의적인 태도를 꼬집었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