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5000개 이상 기업 ‘선전 탈출’ 계획
[뉴스핌=이지연 기자] 중국 선전(深圳) 소재 기업들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치여 집단 ‘탈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쉬친(許勤) 선전시장은 최근 "1만5000개 이상의 기업이 조만간 선전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이러한 대규모 기업 엑소더스에 선전이 중국 ‘제조업 1번지’ 타이틀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화웨이와 ZTE(中興) 등 선전 소재 대기업을 둘러싸고 ‘선전 탈출설’이 흘러나왔다. 화웨이의 경우 광둥성 둥관(東莞)으로, ZTE는 광둥성 허위안(河源)으로 본사를 옮길 계획이라는 것.
중국 제조업 중심 선전 <사진=바이두> |
물론 이에 대해 쉬친 선전시장은 지난 29일 한 포럼에서 화웨이와 ZTE 모두 선전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단히 못을 박았지만, 선전의 높은 부동산 가격에 백기를 드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선전 부동산 가격은 500% 넘게 치솟았고, 이에 따라 기업의 신규 사업 부지 매입비용이 크게 올랐다. 아울러 주택가격 급등으로 인해 직원들의 거주비 부담, 청년인재 유출, 창업자본 이탈 등의 문제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 또한 “선전에는 대규모 산업용지가 부족하다”며 “모든 회사는 발전할 수 있는 마땅한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높은 비용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1위 통신장비 업체이자 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 조차도 선전의 부동산 가격 및 좁은 산업용지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향후 신사업을 위주로 더 많은 사업을 본사로부터 30km 정도 떨어진 둥관으로 이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둥관시 당국에 따르면 둥관에 위치한 화웨이 단말기 본부의 면적은 약 126만6000㎡로, 지난해 화웨이는 둥관 지역의 최대 납세자였다. 단말기 본부 설립을 위한 총 투자액은 100억위안(약 1조8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선전의 대체지역으로 떠오르는 둥관 <사진=바이두> |
화웨이 본사가 위치한 선전 룽강구(龍崗區)에서 화웨이의 생산액은 이 구역 일정규모 이상 총 생산액의 47% 이상을 차지하며, 생산액 증가율은 대략 40%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선전(룽강구)은 무슨 수를 써서든 화웨이의 이탈을 막으려는 것이다.
현재 화웨이 측에서는 선전을 떠날 계획이 없다고 밝힌 상태다. 둥관에서의 사업 확장은 화웨이가 10여년 전부터 자사의 글로벌화를 위해 중국을 포함한 세계 각지에 연구소 등을 설립한 것의 일환이라는 설명.
하지만 화웨이 내부 관계자는 중국매체 북경청년보(北京青年報)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화웨이가 선전-둥관 ‘이중 본부’ 체제를 채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2013년 기준 화웨이는 중국에서 683만3000㎡의 토지 사용권과 건축물을 소유했고, 이 가운데 둥관은 1/3 가량인 200만㎡, 선전은 160만㎡에 달했다. 둥관의 부지 면적이 선전을 앞지른 것. 이는 선전보다 저렴한 둥관의 부동산 가격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화웨이 뿐만 아니라 ZTE도 오는 7월 생산기지를 선전에서 허위안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그저 수많은 생산기지 중 하나일 뿐 본사를 이전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이처럼 화웨이와 ZTE 등 대기업이 신사업부, 생산기지를 타지역으로 옮기는 데는 선전의 높은 부동산 가격 및 상품 단가 하락 등으로 인한 생산비용 급등 때문이다. 대기업도 이럴진대 별 도리가 없는 중소기업들은 아예 짐을 싸들고 본사를 타지역으로 옮길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선전 소재의 한 중소 제조업체 관계자는 “경기둔화로 인해 가뜩이나 기업 사정이 좋지 않다”며 “선전 부동산 가격이 계속해서 오름세라면 생산비용이 더 저렴한 둥관 등으로 회사를 옮길 계획”이라고 토로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연 기자 (del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