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골라 국영선사 또 연기 요구…미결제금 7200억 확보 '안개'
추가자구안에 제시된 금액 중 절반..6월 경영정상화 분수령
[뉴스핌 = 전민준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드릴십 인도계획이 또 다시 연기될 위기에 놓였다.
선주측은 경영사정 악화로 인도시기를 미루자고 주장하는 반면, 유동성 위기에 몰려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어떻게 해서든 적기에 인도해야 하는 입장이다.
3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인 소낭골(Sonangol)로부터 다음달 말 인도 예정이었던 드릴십(시추선) 2척에 대해 연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해당 드릴십은 소낭골이 2013년 10월 발주한 것으로, 이미 작년 12월에도 한 차례 인도가 연기된 바 있다. 계약규모는 1조2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4800억원은 지급이 완료됐다.
드릴십은 마지막 인도 시점에서 선박 건조 대금의 60%를 받는 '헤비테일' 방식이 적용된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은 인도가 늦춰지면 그만큼 현금흐름에 이상이 올 수 있다며 거절 의사를 밝힌 상태다.
미결제대금인 7200억원은 유동성 위기에 몰려 있는 대우조선해양에게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소방관 격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산업은행에 1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구안을 건넨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인도가 연기될 경우 추가비용을 발주처가 지불해야 하지만 현재 같은 상황에서는 전혀 달갑지 않다"며 "발주처 상황도 녹록치 않은만큼, 지금은 인도시기를 서로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영업담당 핵심임원을 앙골라 현지로 파견하는 등 소낭골을 설득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소낭골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남아 있는 선박 인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현재 대기 중인 선박물량은 2척이며, 일본 자원탐사기업 인펙스(Inpex)와 계약한 FPSO가 7월, 미국 원유시추업체 트랜스오션(Transocean)으로부터 수주한 드릴십이 9월 각각 출항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또 다른 대우조선해양의 관계자는 "소낭골에 드릴십 인도가 달려 있는 6월이 분수령이다"며 "적기 인도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이후 상황은 천지차이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선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주채권은행에 제출한 자구안 규모가 업계 최대인 3조원대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는 해양플랜트 인도를 포함해 자회사 매각, 일반 직원들의 급여를 삭감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량에만 집착해 무리한 수주 경쟁에 나선 것이 부메랑이 된 것"이라며 "주요 해양플랜트는 저가 수주, 잦은 설계변경 등에 따라 큰 손실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전민준 기자(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