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그룹 일감 수주 없으면 신세계건설 외형 축소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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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최주은 기자] 유통기업 신세계의 계열 건설사인 신세계건설이 더딘 '홀로서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룹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사업다각화 방안에 따라 민간 사업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수익성이 신통치 않아서다.
신세계건설은 최근 그룹 물량 비중을 늘리면서 재무구조는 안정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룹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순위 33위 건설사인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기준 그룹 공사 비중이 84%에 달해 업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 2013년 66%와 전년인 2014년 75%에 비교하면 각각 18%p, 9%p 높아진 수치다.
이는 CJ건설의 그룹 일감 비중(33.7%)을 두 배나 뛰어넘는 수준이다. CJ건설은 신세계건설과 마찬가지로 그룹 건설공사를 담당하는 CJ그룹 계열 건설사다. CJ건설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88위며 평가액이 2621억원으로 신세계건설(8225억원)의 4분의 1 수준임을 감안할 때, 신세계건설의 그룹 일감 의존도가 매우 심각함을 보여준다.
또 같은 유통기업 계열 건설사인 롯데건설의 그룹공사 비중은 30%대다. 신세계건설과 규모가 비슷한 건설업계 50위권(시공능력평가순위 기준) 업체는 대부분 그룹 공사 비중이 50%를 넘지 않는다.
신세계건설은 지난 2011년 그룹 일감이 줄어들자 회사의 자생력 확보를 위해 외부 사업 수주에도 나선다는 목표를 정했다. 하지만 신세계건설의 '홀로서기'는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룹 일감이 줄어든 2011년부터 수익성이 떨어지다 2013년에는 결국 적자를 기록한 것. 당시 이 회사 전체 매출규모 대비 그룹 일감 비중은 66%로 지금보다 18%p 가량 낮았다.
그룹 일감은 줄었지만 외부사업 수주는 전혀 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외부 사업에서 낮은 채산성과 판매관리비가 부담이 됐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도 그룹 물량이 집중된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해야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면서도 “공공 분야 매출 확대를 위해 수주에 힘쓰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룹 일감이 확대되면서 수익성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4년 24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는 전년 대비 2배 가량 증가한 41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도 지난 2013년 4413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1조855억원으로 146% 가량 증가했다.
신세계건설의 외형 확대는 당분간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5조원이 넘는 그룹 공사를 맡고 있어서다. 그룹 계열사인 이마트와 신세계가 전국적으로 대형 프로젝트 착공을 본격화한데 따른 것이다.
외형성장이 이어지자 이 회사의 신용등급도 올랐다. 최근 한국기업평가는 신세계건설의 기업신용등급을 ‘A-’에서 ‘A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말 한국신용평가도 신세계건설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한 바 있다.
신용등급 상향 배경에 대해서는 계열 프로젝트 확대에 따른 안정적인 수익창출 및 재무안정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신세계건설의 지나친 그룹 의존도는 기업의 자생력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11~2013년 실적에서 볼 수 있듯 그룹 일감이 조금만이라도 줄면 회사 수익은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들은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 평가 기준이 전적으로 계열사 물량 수주가 많고 적은데 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선영귀 한국기업평가 평가2실 평가전문위원은 “당분간 계열공사 중심의 안정적인 사업구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지만 그룹 일감이 줄어 신세계건설이 사업다각화를 추진해야하는 상황이 오면 사업구조 변화 여부 및 관련 위험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세계건설은 자체 수주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계열공사 수주가 얼마나 되느냐가 신용 등급을 결정짓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신세계건설은 그룹 건설공사 처리를 위해 만들어진 회사인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업계 33위까지 외형이 커졌음에도 신세계건설의 위상은 여전히 '그룹 공병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