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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VR) 기대 과잉"…콘텐츠가 없다

기사입력 : 2016년05월25일 14:43

최종수정 : 2016년05월26일 16:59

비싼 기기·콘텐츠 부재…소비자 '환멸' 우려
게임 분야 제외 콘텐츠 사업 모델 불분명해

[뉴스핌= 이홍규 기자] 가상현실(VR) 시장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업계 내부에서 제기됐다. VR 관련 기기는 쏟아지고 있지만 이를 충족할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지난 23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VR 기기 제조업체들은 올해가 'VR시장의 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콘텐츠 제작자들은 정작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서, VR시장에 대한 기대감과 현실에 간극이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최근 VR 분야는 페이스북·구글 등이 관련 제품을 쏟아내는 등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했다. VR 헤드셋인 HTC의 바이브,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의 리프트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를 이용한 소프트웨어가 게임을 제외하고 소수에 그친다는 게 콘텐츠 제작자들의 지적이다.

국제 VR필름 페스티벌을 주최했던 칼레이도스코프 VR의 르네 피넬 사장은 "VR에 불명예스러운 일은 하드웨어가 콘텐츠를 앞질러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VR 콘텐츠 사업 모델 불분명"…소비자 '환멸' 우려

신문은 VR콘텐츠 사업 모델이 게임을 제외하고 불분명하다고 분석했다. 또 콘텐츠의 선택의 폭과 넓이가 부족한 것은 VR 사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불분명함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통상 하드웨어 제작자가 콘텐츠를 함께 묶어 제작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지만, VR 시장에서는 이런 모습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한 예로 텔레비전(TV) 제조업체 RCA가 거론된다. 텔레비전 제조업체 RCA는 시장 초기 단계에서 NBC 국영 방송을 세워 콘텐츠와 TV를 함께 제작해 판매했다.

물론 VR 분야에서도 제작사가 콘텐츠 제작 지원을 도외시한 건 아니었다. 지난해 6월 오큘러스는 게임 제작에 10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공언했고, HTC 역시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제작을 위해 1억달러 투입을 약속했다.

VR 스튜디오 회사 WEVER의 앤소니 배트 공동 창립자는 "하드웨어 시장의 초기 단계에서 제조사는 창의적인 공동체(콘텐츠 제작사)에 자금을 지원할 의무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VR 제조업체들이 양자 사이에서 균형을 찾지 못하고 하드웨어 기기만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VR시장이 '하이프 사이클'에 진입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이프 사이클이란 과대광고 주기를 뜻하는 용어로, 과장된 평판 때문에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지나치게 높아졌다가 이후 과대 광고였다는 것을 인식해 환멸을 느끼는 단계를 말한다.

피넬 사장은 "VR시장은 명백하게 '하이프 사이클(Hype-cycle)'에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결국 콘텐츠도 없는 기기를 높은 가격에 구매해 나중에는 환멸을 느끼게 될 것이란 경고다. HTC의 바이브와 오큘러스의 리프트는 기기 사용을 위해 개인용 PC도 요구하고 있다.

HTC VR 헤드셋 바이브 <사진=블룸버그통신>

◆ VR콘텐츠 몰입감·현전감 부재…"360도영상=비디오 어항"

전문가들은 VR 콘텐츠의 가장 큰 관건은 '몰입감'과 '현전감(presence)'이라고 일제히 입을 모은다. 그러나 비(非)게임 분야에서 이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특히 소비자들의 기대를 모았던 '360도 영상'조차 마찬가지라고 신문은 꼬집었다.

신문은 "360도 영상은 현장감을 제공하기보다는 '비디오 어항'에 갇혀 있는 느낌을 준다"면서 "360도 영상은 차세대 3D-TV가 될 것 같은 우려감을 안겨준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WEVR의 앤소니 배트 공동창립자는 "VR이 흥미진진한 분야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고 사람들에게 늘 얘기한다"면서 "창의적인 과정들이 성숙할 수 있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2007년 아이폰 초기 때를 거론하며 앱스토어가 등장하기 이전, 아이폰이 나왔을 때와 지금과의 차이를 고려해보면 현재 VR 시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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