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재무 부담 가중으로 운신 폭 좁아
[뉴스핌=송주오 기자] 대한항공이 임금교섭에서 조종사 노조 설득에 애를 먹고 있다. 양측의 입장차가 큰 것도 있지만 조종사 노조를 설득할 사측의 협'상카드' 부재도 한 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리스크, 신규 항공기 도입 등으로 협상에 쓸 재원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조종사 노조는 지난달 초 2015 임금교섭을 재개했으나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100여일간 중단됐던 협상이 재개됐으나 또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이다.
조종사 노조는 37%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측은 1.9% 인상안(기본급+비행수당)을 고수하고 있다. 조종사 노조는 인상안에 대해 유연한 입장이다.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37% 인상안은 상징적인 것으로 조종사들의 안전한 비행 환경 조성을 위한 의미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측 태도의 변화가 감지돼야 조합원을 설득할 명분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움직임이 없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인상안을 변경하거나 하는 움직임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본사<사진=대한항공> |
대한항공이 인상안을 고수하는 이유는 계열사 리스크로 인해 재무적 부담감이 가중된 탓으로 보인다.
우선 한진해운 경영난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한진해운 지원에 따른 부담으로 대한항공은 지난 1분기 역대 최대인 32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손실로 1749억원을 냈다. 한진해운 관련 관계기업투자손상차손과 영구채 손실이 반영된 결과다.추가적인 손실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한진해운 지분과 잔여 영구채 등으로 인해 추가적으로 5000억원 가량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1500억원 수준의 외환평가이익 반영에도 한진해운 관계기업투자손상차손, 한진해운 영구채 손상차손 등으로 4968억원의 영업외손실을 기록했다"며 "한진해운 지분 2620억원, 영구채 1100억원 등 5000억원 수준의 익스포저가 남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채비율 역시 지난해 말 868%에서 1분기 말 918%로 악화됐다.
여기에 올해 신규 항공기 9대(여객기 4대+화물기 5대)를 도입한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최대 100대의 신규 항공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구조적으로 천문학적인 비용 발생이 꾸준히 발생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업 특성상 항공기를 리스로 들여오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다른 산업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교섭의 장기화와 새로운 카드 부재 속에서 양측의 갈등은 깊어지는 양상이다. 조종사 노조는 조양호 한진 회장을 명예훼손 및 모욕혐의로 고소와 회사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맞서 사측은 노조원에 대한 징계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교섭장에서 양보 없는 자존심 대결이 계속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 같다"며 "돌파구 마련을 위한 새로운 협상 카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