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한국 지역 벤처투자 각각 28%·37% 급감
증시 변동성·IT 기업 버블우려…투자자들 '고개 절래'
[뉴스핌= 이홍규 기자] "회사 현금흐름이 거의 '제로(0)'여서 위기 상황입니다."
중국 가라오케 예약 서비스업체 이치창(Yiqi Chang)의 인상(23)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직원 600명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메일을 보냈다.
한 때 1억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으며 중국에서 성공한 젊은 사업가 중 하나로 불렸던 그는, 이젠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직원들에게 월급 조차 지급하지 못하게 생겼다.
스타트업 이치창 회사 사진 <사진=회사 홈페이지> |
최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투자회사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속속 철수하고 있다. 회사의 가치를 절하하거나, 투자 조건을 엄격히 제시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때문에 자금 조달에 차질이 빚어져 고사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지난 11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지난 1분기 중국과 한국, 인도 지역에서 벤처기업 투자금액이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WSJ이 인용한 아시아벤처캐피탈저널(AVCJ)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 벤처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25억달러에서 18억달러로 28% 급감했다. 또 한국에서는 7220만달러에서 4580만달러로 37% 쪼그라들었다. 인도는 17%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자들 투자 조건 까다로워…가치 평가도 박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모바일 기기 사용자를 보유한 아시아 지역은 근래 들어 유망한 벤처 투자 지역으로 불리며 투자가 몰려든 곳이었다. 하지만 연초부터 펼쳐진 중국 증시 변동성 심화, 미국 IT기업 버블 우려 등이 맞물리며 투심이 얼어붙었다.
투자 환경이 악화하자 투자자들은 투자 조건을 까다롭게 내걸기 시작했다. 위험을 최소로 하기 위해 사업 모델을 깐깐하게 검토하거나, 가치 평가를 박하게 하기 시작했다.
벤처캐피탈 회사인 고비 파트너즈의 톰 차오 씨는 "올해 투자자들은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과 같은 가치 있는 기업 선별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 것"이다고 말했다.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하자 기업들은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직원들의 복지는 물론 인력 감축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4년 3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던 크라우드소싱 플랫폼 업체 웨이차이시는 직원들에게 태국 여행을 보내줄 정도로 자금이 풍부했지만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조촐한 생일파티를 열어주는 데 그치고 있다.
오요룸스 홈페이지 사진 <사진=회사 홈페이지> |
인도의 온라인 호텔 정보 제공업체 오요 룸스는 회사의 가치를 두고 논의를 질질 끌기 싫어 아예 신규 투자를 거절했다. 관계자들은 "회사는 올해 이전 현금이 바닥는 것을 피하기 위해 비용 감축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의 의류 전자상거래 벤처기업인 파라플러우는 최근 몇 달 간 영업을 중단했다.
아직까지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유명 기업들이 벤처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기업들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인상 CEO는 "지난 3달 간 직원 규모를 600명에서 200명으로 줄였다"면서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자금 조달을 항상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우리 힘으로 살아 남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