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아픈 과거를 잊으려는 여성과 그에게 아이를 맡긴 노부부. 그리고 어딘지 섬뜩한 인형 하나. 쉽게 어울리지 않는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에피소드를 담은 ‘더 보이’가 올여름 공포영화 전쟁의 서막을 연다.
19일 개봉하는 ‘더 보이’는 평범한 미국 여성 그레타(로렌 코핸)가 폭력적인 남자친구를 피해 영국으로 숨어들어가며 시작된다. 아이를 봐달라는 노부부의 요청에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깊은 숲속 저택으로 들어간 그레타. 정신적 평온이 절실했던 그는 훈남 식료품배달부 말콤(루퍼트 에반스)에게 부부와 아이 이야기를 들으며 막 시작될 새 삶에 기대를 품는다.
그런데 이 부부, 어째 좀 이상하다. 멀쩡하게 생긴 노부부는 도자기로 된 어린아이만한 인형을 아들 브람스라고 소개한다. 인형을 마치 산 사람처럼 대하는 부부는 그레타에게 매일 꼭 지켜야 한다며 열가지 규칙도 전해준다. 혼란에 빠진 그레타. 독립을 위해 돈이 필요했던 그는 결국 일을 맡기로 결심하고, 그날 밤부터 기이한 일에 시달린다.
영화 ‘더 보이’는 저택 안에서 벌어지는 상식을 뛰어넘는 현상들을 통해 서늘한 공포감을 전한다. 설정 상 작품 속 시대배경은 2011년이지만 거대한 저택 속 시간은 19세기에서 멈췄다. 산 사람을 노려보는 음산한 초상화와 바람에 흩날리는 촛불들, 게다가 창문이란 창문은 죄다 널빤지로 막아 한낮에도 음침하다. 이런 폐쇄된 공간에서 그레타가 겪는 소름 돋는 체험들은 시시각각 객석의 심장을 노리고 칼날처럼 날아든다.
'슈퍼내추럴'과 '워킹데드' 등 호러 혹은 서스펜스 TV시리즈에 출연했던 로렌 코핸의 연기는 꽤 인상적이다. 사실상 영화의 원톱인 그는 아이 대신 인형을 돌보는 그레타의 기막힌 상황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참고로 이 배우는 지난 2월 개봉했던 '배트맨 V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에서 브루스 웨인의 모친 마사를 연기했다.
인형에 대한 이야기 하나. 공포영화에 인형을 넣는 설정은 사실 해묵은 수법이다. ‘사탄의 인형’을 비롯해 ‘애나벨’ ‘인형사’ 등 귀신들린 인형은 공포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다. 다만 ‘더 보이’는 그런 빤한 틀을 따라가다 어느 순간 대놓고 강렬한 반전을 선사한다. 덕분에 이 영화는 영혼이 들어간 인형이 갖은 악행을 저지르는 일반적 공포영화와 분명히 다른 노선을 달린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