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짜리 시장에 첫걸음…정부 지원받아 의료기기 진출
[뉴스핌=한태희 기자] 국내 제약사와 의료기기업체가 중동에서 도약할 기회를 찾고 있다. 이란을 포함해 그동안 미개척지였던 중동 제약·시장의 빗장이 최근 1~2년새 열리고 있어서다. 이들은 현지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으며 중동 진출을 위한 주춧돌을 놓는 중이다.
5일 바이오제약·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대통령 해외 순방을 계기로 중동 진출을 꾀하는 제약사는 현지 파트너사와 협력 관계 다지기에 분주하다.
희귀질환치료제를 연구하는 바이오사 이수앱지스는 최근 이란 파라텝 아인사와 고셔병 치료제 '애브서틴' 수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JW중외제약과 녹십자 의료재단도 현지 기업과 각각 수액공장, 실험실 건설 계약을 맺었다.
이에 앞선 지난해 JW홀딩스는 사우디 제약사 알 오술과 수액제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JW생명과학 등에서 수액을 만들면 알 오술이 현지에서 판매한다. 또 보령제약은 알 오솔에 제네릭 항암제를 수출키로 했다.
국내 바이오·제약사가 중동에 주목하는 이유는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최근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은 세계 17위 경제대국이다. 의약품 시장 규모는 23억5000만달러(한화 2조7119억원). 이 중 단 500만달러(57억7000만원)만 국내 제약사에 의존한다. 한국산 의약품 비중이 0.21%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사우디 제약시장은 이란보다 크다. 45억달러(5조193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스위스(13%)와 프랑스(11%), 독일(10%), 미국(8%), 영국(8%)의 제약사가 이 시장을 꿰차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제네릭(복제약) 뿐만 아니라 항암제, 혈액제제 등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지 제약사와 비교하면 우리 연구개발(R&D) 기술이 뛰어나 경쟁할 만하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사진 가운데)과 이경호 한국제약협회장(오른쪽)은 이란제약협회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 <사진=한국제약협회> |
아울러 의료기기업체는 정부 지원을 받아 현지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정부가 현지에 병원을 짓기로 한 것. 병원에서 사용하는 기자재는 국내산으로 채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란 정부와 6개 대형 병원 건립사업을 한국기업에 배정키로 했고 의료기기와 병원 정보시스템 등 병원 운영에 필요한 기자재는 이란 외부에서 조달하는 물품 중 25% 이상은 국내 의료기기업체가 공급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병원 유지보수에 따른 지속적인 수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