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이어 엔 약세 전망 뒤집어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골드만 삭스가 외환시장에서 백기를 들었다. 유로화에 이어 엔화까지 전망이 연이어 빗나가자 결국 무릎을 꿇은 것.
월가를 대표하는 투자은행(IB) 골드만 삭스의 주요 통화 관련 전망이 어긋난 것은 종잡을 수 없는 외환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3일(현지시각) 골드만 삭스는 보고서를 내고 일본은행(BOJ)이 또 한 차례 부양책 카드를 꺼내 들 때까지 엔화가 상승 추이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맨해튼의 금융권 <출처=블룸버그통신> |
이는 불과 열흘 전 제시했던 엔화 약세 전망을 뒤집은 것이다. 지난달 24일 골드만 삭스는 엔화가 앞으로 수개월간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 삭스의 외환시장 전망이 빗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유로화에 대해서도 하락을 예고한 뒤 불과 2개월도 되지 않아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유로화와 엔화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따른 일반적인 움직임과 상반된 등락을 나타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BOJ가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확대했지만 두 개 통화 모두 상승 탄력을 과시한 것.
이에 따른 파장으로 달러화는 연방준비제도(Fed)의 9년만의 금리인상에도 기록적인 하락을 나타내고 있다.
주요 통화가 시장의 일반적인 견해와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자 월가의 이코노미스트와 트레이더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환시 트레이더들의 포지션 변경과 애널리스트의 전망 수정이 빈번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날 보고서에서 골드만 삭스는 엔화의 추세적인 강세를 예고했다.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가 단기적인 상승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시장의 예상보다 크게 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전망을 제시한 골드만 삭스의 외환 애널리스트는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얻고 싶은 투자자와 고객의 전화에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3월과 4월 보고서에서 내년 엔/달러 환율을 130엔으로 제시한 것과 달리 이번 보고서에서는 엔화의 향후 방향을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수치는 내놓지 않았다.
이날 장중 한 때 105엔 선으로 밀렸던 달러/엔은 106엔 선으로 복귀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BOJ가 지난달 회의에서 통화정책을 동결한 것은 엔화 강세에 발목을 잡힌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한편 엔화 전망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은 골드만 삭스만이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60여명의 외환시장 애널리스트가 올해 상반기 달러/엔이 115엔선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