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익-주가 타격 불가피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엔화 상승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자 일본 수출 기업들이 일제히 환율 전망치 수정에 나섰다. 본격적인 엔고(高) 시대에 대비해야 할 상황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와 신기술 개발 비용 상승 등 안팎의 비우호적인 여건이 일본 기업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엔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2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닌텐도를 포함한 일본 주요 수출 기업들이 올해 달러/엔 평균 환율 전망치를 105엔으로 낮춰 잡았다.
지난 3월 종료된 2015~2016 회계연도의 평균 환율은 120엔으로 집계됐다. 내년 3월 종료되는 2016~2017 회계연도 달러화 대비 엔화의 가파른 상승을 점치는 셈이다.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되기 전 일본 기업들이 설정한 올해 달러/엔 환율 평균 전망치는 110엔이었다.
세이코와 미츠비시 전자, 엡손 등 일본 수출 기업들 사이에 엔화 강세와 이에 따른 수익성 파장을 현실적으로 분석하는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일례로, 자동차 업체 마즈다는 비용 감축과 신상품 출시로 늘어나는 이익보다 엔화 상승에 따른 손실이 더욱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회계연도 영업이익이 무려 25% 감소할 것이라는 경고다.
세계 3위 프린터 업체인 세이코 엡손은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엔 오를 때마다 영업이익이 3억엔 줄어든다고 밝혔다. 유로화에 대한 엔화 가치가 1엔 오를 때의 영업이익 타격은 9억엔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엡손은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26%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엔이 수정된 환율보다 더욱 떨어질 여지를 배제하기 어렵고, 이 경우 기업 이익이 더욱 커다란 타격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일본은행(BOJ)이 지난 1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지만 엔화는 단기 하락 후 강한 반등을 연출했다. 여기에 지난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BOJ가 시장의 예상과 달리 추가 부양책을 내놓지 않은 데 따라 엔화 상승의 고삐가 풀린 상황이다.
이날 장중 달러/엔은 106.7엔 선을 기록, 엔화가 달러화에 대배 18개월 최고치에 거래됐고 일부 투자자들은 올해 말 환율이 100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일본 수출 기업들의 달러/엔 전망치를 밑도는 것으로, 실적이 기존의 예상보다 크게 악화될 수 있다.
기업 이익 전망이 악화되면서 일본 증시도 하락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른바 아베노믹스에 기대 2013년 시작된 주가 상승 추세가 힘을 다한 모습이다.
야마다 쉬스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 외환 전략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BOJ의 통화정책 동결로 인해 엔화 추가 상승과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정책자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시장은 지난 회의 결과를 엔화 상승 촉매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