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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조한송 기자] 주식시장에서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AI) 시스템은 언제쯤 현실화 될까.
선봉에 나선 곳은 유안타증권이다. 올해 인공지능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인 '티레이더 2.0'을 선보인 유안타증권은 이를 두고 어떤 종목을 어느 타이밍에 사고 팔 지 알려주는 주식전문 기상캐스터라고 자처했다. 하지만 최근 수개월 티레이더 2.0의 성과를 살펴본 결과 절반의 확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지점들에선 회사 측의 티레이더 활용 독려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사진=유안타증권) |
유안타증권은 올 1월 ‘티레이더2.0’을 선보였다. 티레이더는 기업가치(실적), 수급, 기술적 지표(차트) 등을 고려해 상승 가능성이 높은 유망종목을 실시간으로 포착해 추천하는 인공지능 홈트레이딩시스템이다.
유안타는 홍보 모델로 배우 정우성을 기용하는 등 돈도 좀 썼다. `주식하지마라, 티레이더하라`라는 다소 도발적인 문구로 투자자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외부로는 매주 목요일마다 전국 78개 지점에서 티레이더 사용 설명회를 진행 중이다.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에게 티레이더를 활용한 PT대회를 여는 등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옛 동양증권 시절 얻은 리테일 명가로서의 지위를 재건하고 고급 자산관리 플랫폼을 대중화시켜 미래 성장전략으로 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수수료도 타사 대비 높였다. 보통 HTS를 이용한 주식거래에 0.015%의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것과는 달리 유안타증권은 투자금액별로 차등 적용한다. 최대 0.35% 수준이다. 최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것은 약정금액이 20억원을 넘는 경우. 이 때 수수료율은 0.015%로 적용된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내는 티레이더. 강점은 뭘까. 서울 소재 세 곳의 영업지점을 찾아가 문의했을 때 직원들이 꼽은 티레이더의 강점은 단연 '티레이더 햇빛·안개 신호'다. 해당 종목의 상승 및 하락 추세를 햇빛과 안개 신호로 표시해 투자자가 비중을 확대하거나 줄이는 등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 ‘오늘의 공략주’ 역시 강점이라고 했다. 주식시장 시작과 함께 실시간으로 상승 유망 종목을 발굴해 제시하는데 포착시간을 기준으로 현재가와 비교해볼 수 있다. 이들 모두 유안타증권 측에선 자신있게 선보인 기능이다.
(사진=유안타증권 홈페이지 캡쳐화면) |
하지만 출시 이후 3개월 여간 티레이더 2.0의 성과는 다소 미미했다. 유안타 측이 ‘오늘의 공략주 전광판’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승률(2% 이상 상승한 종목의 비중)과 평균수익률은 티레이더 출시 이후 3개월간 제시된 수백 여개 종목의 성과를 종합한 결과다.
유안타증권이 제공한 티레이더의 ‘오늘의 공략주’ 종목을 분석해본 결과, 10거래일 보유 기준 최고 수익률(52.08%)을 뽐낸 건 아시아경제였다. 당시(4월15일) 추천된 종목은 총 25개. 이 중 10거래일 보유했을 때 상승한 종목은(종가 기준) 아시아경제를 포함한 14개로 집계됐다. 1개 종목은 보합, 10개 종목은 주가가 하락했다. 10거래일 보유 기준 상승률은 절반을 조금 넘는 56% 수준이다.
지난달 15일 공략주에 이름을 올린 씨젠은 포착 당시의 가격은 3만8150원이었으나 10거래일 후인 28일, 종가 기준 3만4500원. 9.56% 떨어졌다. 같은 기준으로 에스엔유 역시 6.47% 가량 내렸다. 5일 보유 기준 최고수익종목인 3S가 추천된 지난달 20일, 공략주 중에서도 같은 기준으로 상승한 종목은 총 35개 중 20개(57.14%)에 그쳤다.
이와 함께, 유안타 측이 계산한 최고수익종목의 수익률은 포착시점과 이후 최고가를 비교한 수치다. 이를 종가 기준으로 나타내면 아시아경제는 52%가 아닌 34%, 3S는 73%가 아닌 55%로 내려간다.
직원들 역시 아직까지 티레이더 기능에 높은 신뢰도를 보이진 않는 분위기다. 유안타증권 지점 A직원은 “이전에는 해당 지표들이 잘 맞지 않았는데 최근 수정되면서 나아진 것 같긴 하다”며 “다만 오늘의 공략주라고 해서 무조건 오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영업시 관심 종목이 목록에 오르면 좀 더 확신을 갖는 정도”라고 말했다.
B직원 역시 “오늘의 공략주는 주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시장과 업종을 가리지않고 로직 기준에 부합하면 목록에 오르는 시스템”이라며 “꼭 맞는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종목이 포착되면 들여다보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C 직원은 “현재 티레이더2.0은 타사 HTS에 비해 투자 편의성을 좀 더 높여주는 정도의 시스템”이라며 “다만 일부 지점에서 티레이더 활용을 다소 과하게 주문하고 있어 부담스러운 측면은 있다”고 토로했다.
A 직원 역시 “주식을 오래한 사람은 자신의 투자 철학을 근거로 해당 종목의 실적이나 수급 등의 지표를 참고하기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처음 주식을 접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상승 및 하락추세만을 보고 투자를 판단하기엔 무리가 따를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가장 좋은 투자방식은 프라이빗뱅커 등 자산관리 직원이 추천하는 종목 중 본인이 원하는 것을 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관련, 김진완 유안타증권 경영전략본부장은 "고객에게 티레이더를 소개하기 위해 직원들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티레이더2.0 활용법에 대한 학습을 독려하는 정도"라며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인공지능이라고해서 완벽할 순 없다. 향후 지속적으로 발전 단계를 거칠 것이다. 출시된 지 석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 검증할 데이터도 누적되지 않아 성과를 논하기엔 다소 이른 시점인 것 같다"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조한송 기자 (1flowe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