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통화정책 회의까지 반전 여지 낮아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일본은행(BOJ)의 27일 통화정책 동결을 둘러싸고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다양한 해석이 제시된 가운데 엔화가 달러화에 7년래 최대 폭으로 뛰었다.
정책 카드가 말 그대로 소진됐다는 의견부터 시장의 움직임을 외면하려는 의도라는 주장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 <출처=블룸버그통신> |
정답과 무관하게 엔화는 28일(현지시각) 가파르게 치솟았다. 회의 전 111엔 선에서 움직였던 달러/엔은 108엔선까지 밀렸다.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3% 뛴 셈이다.
뿐만 아니라 금값과 주식시장의 등락에 엔화가 결정적인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엔화와 금값, 이어 주식의 강력한 상관관계가 날로 뚜렷하게 확인된다는 얘기다.
BOJ의 회의 결과가 전해진 뒤 이날 엔화의 급등은 오히려 예상 밖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미 회의 결과와 무관하게 엔화가 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었고, 트레이더들 사이에 상승 베팅이 봇물을 이뤘기 때문이다.
무라타 마사히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 외환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이번 회의에서 BOJ가 부양책을 확대할 가능성은 절반 가량이었다”며 “정작 놀라운 것은 정책 동결에 엔화가 가파르게 치솟았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적어도 6월 주요국의 통화정책 회의가 열리기까지 엔화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달러/엔이 이달 초 기록한 17개월래 최저치인 107.63엔까지 밀릴 가능성이 열렸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6월 회의가 달러화 엔화의 움직임에 반전을 일으킬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
엔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만수르 모히 우딘 RBS 전략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 지표 개선으로 6월 연방준비제도(Fed)가 두 번째 긴축을 단행하는 한편 일본 인플레이션이 상승하지 않아 BOJ가 부양책에 나설 경우 달러/엔의 추세가 꺾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2개월 가량 엔화 상승 탄력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엔화가 주식과 금값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날 마켓워치는 금과 연계된 상장지수펀드(ETF) SPDR 골드 트러스트와 미국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SPDR S&P500 ETF 트러스트, 그리고 엔화 움직임을 반영하는 커런시셰어 일본 엔 트러스트 ETF의 장단기 추이에서 세 가지 자산 가격의 상관관계가 두드러진다고 주장했다.
금값이 엔화와 동반 상승 흐름을 타는 반면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주식시장은 상반된 움직임을 보인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날 금과 은이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금 선물은 최근 온스당 1260달러 선에 근접했다. 은 선물도 온스당 17달러를 웃돌며 지난해 5월 중순 이후 최고치까지 올랐다.
선진국 통화정책 기조에 따른 달러화 약세와 엔화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주가 움직임과 관련, 마켓워치는 캐리 트레이드에서 답을 찾았다. 엔화가 상승할 때 캐리 트레이드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엔화를 빌려 매입했던 해외 주식을 매도하고 엔화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주가를 떨어뜨린다는 설명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