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금통위 G20회의 산유국회의 시나리오
[뉴스핌=허정인 기자] 서울 채권시장이 총선, 금융통화위원회, G20 회의, 산유국 회의 등 4가지 변수로 인해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13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약 한 달 동안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1.44%~1.515% 사이에서 움직였다. 변동폭이 단 7.5bp에 불과하다. 10년만기 국고채 금리 또한 1.766%~1.867%로 10.1bp 범위에서 등락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금리 하단에선 국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불확실성, 금리 상단에선 글로벌 경기둔화로 인한 주요국 금리 인하가 각각 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총선 결과와 '한국판 양적완화' 실행 여부 보다는 오는 19일 금통위의 금리결정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졌다. 또 2년만에 최고점을 찍은 엔화 강세도 관심사다. 한은의 스탠스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눈치보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 |
<사진=클립아트코리아> |
◆ 총선과 채권시장, 양적완화 담론 출연
시장참가자들은 13일 치뤄진 20대 국회의원 총선 결과가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일명 '한국판 양적완화'를 포함한 성장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여당의 승리 여부와 관계 없이 양적완화 담론이 나온 만큼 앞으로의 경제 정책이 완화책으로 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A 증권사 채권운용역은 "당분간 국내외 정치 변수가 핵심 동인이 될 것"이라며 "한은이 주도권을 쥐기 어려운 상황에서 총선 이후 양적완화를 포함한 거시정책에 당정이 어떻게 합의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B 증권사 채권운용역은 "정부 압박에 한은이 먼저 대응하는 차원으로 연내 한번쯤은 금리를 내리지 않을까 점치는 분위기"라면서 "총선 이후 양적완화 이슈가 어떻게 전개되는가에 따라 채권시장은 방향성을 찾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진평 삼성선물 연구원은 "'한국판 양적완화'는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현 상황에선 도입 가능성이 낮아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19대 총선에서도 서울 채권시장은 20bp 내외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중국 경제지표가 부진하자 금리가 하락세로 방향을 잡았다. 정치보다는 경제변수에 민감한 시장이다.
◆ 그래도 채권은 금통위지!
오는 19일 금통위가 열린다. 이번 금통위는 오는 20일 퇴임하는 4명의 금통위원이 참석하는 마지막 회의다. 앞서 금통위원이 대규모로 교체될 때는 금리변동이 적었다는 이유로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많다.
김진평 연구원은 "4월 금통위에서의 총재 매파 발언이 시장의 박스권 탈피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며 "4월 경제전망 하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1월 금통위와 마찬가지로 금리 동결·매파 발언이 나오면서 금리인하 기대가 상당부문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대로 이번 금통위를 금리인하의 최적기로 보는 분석도 있다. 한은이 19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대로 낮출 예정이다. 수출 부진 장기화, 내수 부진 등을 감안한 결과다. 대응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부진으로 경기하강 리스크가 높아 2분기를 아무 부양책 없이 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양적완화는 아무리 빨라도 7~8월이나 돼야 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4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내외 이벤트에 채권시장도 출렁
오는 15일(서울 기준) 열릴 예정인 G20회의도 관심사다. 국내 채권시장은 해외지표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세계 경제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는 엔화 강세에 대해 선진국들이 어떻게 대응할 지가 관건이다.
C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채권시장은 정치이슈보다는 내외 시장 변수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며 "이번 주 예정된 G20 회의에서 엔화 강세에 관한 발언이 나오면 이후 4월 FOMC, ECB, BOJ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운용역은 "여기서 엔화 강세가 예상만큼 진정되지 않는다면 채권시장 되려 강세로 돌아서며 박스권을 탈피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반등 후 주춤하는 국제유가 향방은
'산유국 회의'도 변수다. 산유국 회의가 감산 합의에 성공하면 국제유가는 상승, 채권시장은 위험자산 선호로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다만 산유국 회의 결과에 대해선 시장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산유량 동결 합의가 바로 이뤄지긴 어렵지만 인식 공유는 충분히 나올 것"이라면서 "이는 약달러 기조와 더불어 공급과잉 이슈를 일부 해소시키며 장·단기 금리 상승 압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리커브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