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상승 전망 2013년 11월 이후 최고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제로 쿠폰 국채가 시장 전반에 비해 두 배를 웃도는 수익률을 올려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장기물 제로 쿠폰 국채가 두 자릿수에 달하는 수익률을 창출했다.
이와 별도로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연방준비제도(Fed)의 의지가 한풀 꺾이면서 투자자들의 채권 가격 상승 전망이 2013년 11월 이후 최고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5일(현지시각)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미국 제로 쿠폰 국채가 연초 이후 7.3%에 이르는 총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국채시장 전반의 수익률인 3.1%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미 달러화<사진=블룸버그통신> |
특히 만기 25년 이상 장기물 국채가 올들어 12%의 총수익률을 올려 투자자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같은 만기의 쿠폰 지급 국채는 8.7%의 수익률을 기록한 데 반해 크게 두각을 나타내는 결과다.
장기 수익률은 더욱 커다란 편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3년 말 만기 25년 이상 장기물 제로 쿠폰 국채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무려 59%의 누적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국채시장 전반의 수익률인 9%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제로 쿠폰 금리는 채권 만기까지 중간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 및 시장의 기대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제로 쿠폰 국채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면서 쏠쏠한 수익률을 낸 것은 연준의 비둘기파 행보에 대한 시장의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에릭 쉴러 푸르덴셜 파이낸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연준의 발목을 잡은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된다고 가정할 때 제로 쿠폰 채권이 앞으로도 커다란 수익률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투자자들은 헤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연준의 정책 기조에 변화가 발생하거나 시장 심리가 바뀔 때 금리가 치솟으면서 커다란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더들은 물가연동채권(TIPS)나 초단기 채권을 매입해 제로 쿠폰 국채 포지션에 대한 헤지에 집중하는 움직임이다.
실제로 연준이 매파 움직임을 보이면서 제로 쿠폰 국채가 눈덩이 손실을 낸 사례가 없지 않다. 지난 2013년 이른바 ‘테이퍼 발작’이 본격화되면서 장기물 제로 쿠폰 국채가 22%의 손실을 기록했다.
앞서 2009년에도 미국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면서 이들 채권이 43%에 달하는 손실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채권시장 트레이더들은 적어도 올해 말까지 제로 쿠폰 국채의 투자 매력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채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상승 기대감도 크게 고조됐다. 이날 JP모간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한 주 사이 국채 가격 상승을 점치는 투자자들이 23%를 기록, 전주 18%에서 크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채 가격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는 18%에서 1%로 하락해 양측의 간극이 7%포인트로 상승했다.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의 국채 상승 기대감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JP모간은 이날 보고서에서 연준의 비둘기파 행보 이외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미국뿐 아니라 독일과 영국의 국채 수익률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