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GS건설 등 미청구 줄었지만 미수금 늘어 잠재부실 그대로
업계 “일단 줄이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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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동훈 기자] 대형 건설사들이 최근 미청구공사를 공격적으로 줄였지만 공사미수금이 급증해 ‘눈가리고 아웅식’ 회계 처리가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시공사가 발주처에 공사대금을 달라고 청구하지 않으면 그 공사비는 회계상 미청구공사로 잡힌다. 이후 발주처에 공사비를 요청했다가 받지 못하면 그 금액은 매출채권 중 공사미수금 계정에 합산된다. 결과적으로 시공사가 받지 못한 공사비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연말 건설사들은 저마다 미청구공사를 줄여 부실을 일부 털어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사비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은 여전한 셈이다.
4일 건설업계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은 대부분 전년대비 미청구공사가 줄고 공사미수금은 크게 불었다.
현대건설은 연결기준 미청구공사가 지난 2014년 말 5조1010억원에서 지난해 말 4조2691억원으 16.3% 줄었다. 2012년 2조8305억원에서 매년 증가하다 지난해 첫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청구공사만 보면 부실 위험성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공사미수금 규모가 크게 늘었다. 2014년 말 공사미수금은 1조7829억원에서 2015년 말 2조4395억원으로 36.8% 증가했다.
이 회사는 작년 미청구공사가 8000억원 넘게 줄어 재무 건전성이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공사비로 받아야할 금액은 크게 줄지 않았다. 미청구공사와 공사미수금 합계는 2014년 6조8839억원에서 2015년 6조7086억원으로 소폭 줄었을 뿐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대규모 미청구공사를 정상화시키다 보니 공사미수금이 다소 늘어난 부분이 있다”며 “준공 및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해외 사업장이 많아 공사미수금 규모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GS건설은 미청구공사가 2014년 2조3815억원에서 2015년에는 2조544억원으로 13.7% 줄었다. 반면 공사미수금은 1조5904억원에서 42.4% 증가한 2조2652억원을 기록했다. 미청구공사 감소액보다 공사미수금이 더 늘어 상대적으로 부실 가능성이 커졌다.
대림산업은 미청구공사가 1조3535억원에서 1조2143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공사미수금은 7399억원에서 26.9% 늘어난 9305억원으로 나타났다.
해외비중이 높은 대형사 중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은 변동폭이 크지 않았다. 대우건설은 미청구공사가 2014년 1조7612억원에서 2015년 1조7734억원. 공사미수금은 9375억원에서 9437억원으로 각각 이동했다. 삼성물산은 미청구공사가 2조1470억원에서 1조6233억원으로 줄였다. 공사미수금도 2조1470억원에서 2조45억원 감소했다.
이 같은 결과는 공사미수금이 늘더라도 미청구공사를 줄이고 보자는 사업적 전략이 반영됐다는 시각이 많다. 작년 삼성엔지니어링은 과다한 미청구공사가 결국 부실로 이어져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잠재적 위험이 실제 부실로 전이된 것. 이후 건설사들은 해외 사업장을 중심으로 미청구공사 줄이기에 매진한 것이다.
올해부터 회계기준이 달라지는 점도 한 이유다. 건설 및 조선업체들은 새로운 회계 기준에 따라 사업장별로 미청구공사를 공시해야 한다. 예외조항은 있지만 수주 기업의 부실 위험성이 세밀하게 드러나게 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상위 건설사들은 대부분 매출액 대비 미청구공사가 30%를 넘다보니 잠재적인 손실 위험성으로 꾸준히 제기됐다”며 “변경된 회계 기준으로 공사미수금이 늘더라도 미청구공사 잔액을 줄이고 보자는 사업적 선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사미수금이 기업 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수금은 일반적으로 대손충담금 비중이 낮아 발주처 파산 등으로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하면 대형 부실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김미송 IBK 애널리스트는 “미청구공사가 전부 공사미수금으로 전이되진 않았겠지만 매출채권이 크게 늘었다는 것은 건설업계에 부정적인 요인”이라며 “건설사들이 부실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전사적으로 미청구공사 및 공사미수금 축소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