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업체 분양 마케팅 아예 중단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맨해튼의 센트럴파크가 내려다보이는 600억달러 펜트하우스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꺾이면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
건설업체들은 마케팅을 아예 접었다. 급랭한 시장에서 투자자 모집에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는 것보다 일단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라는 판단이다.
맨해튼 센트럴파트 주변의 고가 건물 <출처=블룸버그통신> |
31일(현지시각) 부동산 마케팅 업체 코코란 선샤인 마케팅 그룹에 따르면 올해 맨해튼에 공급될 예정인 신축 아파트는 총 5126건에 이른다. 이는 2007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63%에 달하는 물량이 이른바 ‘럭셔리’ 범주에 해당한다. 평방피트 당 2400달러 이상의 초고가 건물이 여기에 속한다.
문제는 건축 프로젝트에 착수했던 시점과 달리 고가 부동산 시장이 찬바람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데다 달러화 강세로 인해 중국을 포함한 해외 투자자들의 ‘입질’이 급감, 분양을 앞둔 건축 업체들이 울상을 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약 2년간의 국제 유가 폭락도 산유국의 투자 수요를 무너뜨렸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부동산 개발업체 프로퍼티 마켓 그룹의 케빈 말로니 대표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시장이 활황을 이룰 때는 투자자들이 앞다퉈 베팅에 나섰지만 현재로서는 분양 마케팅에 나서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근 수년 사이 초고가 부동산 시장이 급변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시장이 호황이었을 때 건축이 마무리되기 앞서 입주자를 모집했던 업체들은 나서지 않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올샨 리얼티에 따르면 올해 1~2월 400만달러 이상 고가 아파트의 매매 계약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급감, 150건에 그쳤다.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자 일부 건축 업체들은 고가 주택의 착공을 미루는 움직임이다. 소호를 포함한 노른자위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가격을 인하하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맨해튼의 한 고가 아파트 건축 업자는 “투자자들이 금리부터 주식시장까지 금융 지표의 향방을 우려하고 있다”며 “아파트 계약을 체결한 뒤 자산 가치가 어떻게 변동할 것인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인해 계약을 기피하는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