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김준면(25)은 대중에게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수호, 혹은 엑소의 리더라고 말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간 가수로서 그의 활약을 어림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자 현재 그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수식어기도 하다.
하지만 프레임 속으로 들어온 그는 수호가 아닌 김준면을 택했다. 화려한 엑소의 모습은 모두 무대에 두고 평범한(혹은 평범할 수 없는) 스무 살 청춘으로 내려왔다.
수호의 스크린 데뷔작 ‘글로리데이’가 24일 베일을 벗었다. 최정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스무 살 처음 여행을 떠난 네 친구의 시간이 멈춰버린 그 날을 담은 작품. 김준면을 비롯한 지수, 류준열, 김희찬 등 대세 배우들의 만남으로 개봉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김준면으로 활동하고 싶다고 먼저 제안했어요. 엑소의 후광, 혹은 엑소의 화려함을 버리려는 의도는 아니었어요. 김준면이 부지런히 해서 큰 장군이 되라는 뜻인데 제가 본명을 좋아해요. 사실 데뷔할 때도 본명을 쓰고 싶었는데 악센트가 없어서 수호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죠. 하지만 연기를 한다면 좀 더 친근한 느낌이고 싶어서 인간미가 느껴지는 본명을 사용하겠다고 했어요.”
배우로서 김준면이란 이름 외에도 고집한 부분은 있다. 독립 영화여야 할 것, 그리고 청춘 영화여야 할 것. 독립 영화에 대한 로망은 연기를 배우며 자연스럽게 생긴 부분이고 청춘 영화에 대한 로망은 ‘말죽거리 잔혹사’(2004)를 처음 본 중학생 때부터 줄곧 가지고 있었다. ‘글로리데이’는 이 두 가지 조건은 물론, 현실적인 시나리오, 매력 있는 캐릭터까지 품은 작품. 출연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간절한 쪽은 오히려 김준면이었다.
“회사에 독립 영화를 하고 싶다고 했죠. 그런데 때마침 이 작품이 들어와서 봤는데 시나리오부터 너무 좋은 거예요. 특히 지공(류준열)과 상우 캐릭터에 욕심이 났죠. 그래서 두 캐릭터를 준비해 갔는데 감독님이 상우를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순수한 눈망울이 잘 어울린다고요. 하지만 캐스팅 후에는 걱정이 많으셨죠. 감독님이 그린 상우는 더 피부도 검고 고생을 많이 한 느낌이었는데 전 아무래도 엑소의 화려한 모습으로 많이 비춰졌으니까요.”
물론 이런 걱정을 한 건 최정열 감독뿐만이 아니다. 상우를 연기하는 김준면 역시 고민이 많았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 최정상 그룹 엑소에게서 가난한 소년가장을 보지 못하면 어쩌나, 혹 이질감을 느끼진 않을까에 대한 우려였다. 그리고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그는 내적인 모습부터 외적인 모습까지 상우와 닮아가려고 애썼다.
“감독님께서 ‘순수함’을 강조하셨어요. 물론 지금도 순수하지만(웃음) 더 순수한 상우를 표현하고자 상우가 살았던 동네도 가보고 촬영 며칠 전부터는 태닝도 고민했죠. 감독님이 괜찮다고 해서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지만요. 또 극중 상우가 할머니께 쓴 편지를 외워서 매일 아침 촬영 전에 읊었어요. 할머니에 대한 죄책감, 입대를 앞둔 두려움을 그렇게 느꼈죠. 동기나 형들에게도 조언을 구했고요.”
실제 김준면은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함께 연기를 배운 친구들에게 직·간접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출신이 주를 이루는, 이른바 변요한 사단 ‘BYH48’(배우 변요한의 이름 이니셜과 일본 아이돌그룹 AKB48을 합해 만든 단어로 변요한·이동휘·류준열 등이 소속돼있다)로 그가 첫 작품으로 상업 영화나 드라마 단역이 아닌 독립 영화를 선택한 데도 큰 영향을 미친 멤버들이다.
“아무래도 (변)요한이 형을 비롯해서 학교 동기와 선·후배들이 독립영화로 많이 시작해서 그 영향을 받았죠. 출연하고도 도움을 많이 받았고요. 오디션 연습할 때 같이 분석도 해주고 이야기도 많이 나눴죠. 엑소 멤버들이요? 사실 연기 이야기는 멤버들과 잘 안해요. 예능 나온 거로 말하지 않듯이. 주로 음악 이야기만 하죠. 팀 이야기, 다음 앨범 이야기, 라이브 이야기 같은 거요. 음악적인 거로는 부족한 걸 짚어줘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사람들이거든요.”
여타 다른 연기돌과 달리 김준면에게 엑소 활동과 배우 활동은 확실히 선이 그어져 있었다. 망설임 없이 “엑소 활동이 일 순위”라고 말하는 것도 다른 연기돌에게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물론 연기에 욕심이 없는 건 아니다. 단 연기가 좋고 계속 도전하고 싶은 분야임은 확실하지만, 모든 것에는 “엑소 활동에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는 전제가 깔려있었다.
“리더를 떠나 엑소 멤버로서 가수 활동을 우선시하고 중요시하는 건 당연해요. 엑소가 일 순위가 돼야죠. 그래서 사실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하기 힘들어요. 엑소 일정을 우선으로 하고 그사이 쉬는 틈에 들어가는 작품 중에 제가 하고 싶은 작품, 또 그중에서 하고 싶은 캐릭터 찾아야 하니까 쉽지 않죠. 게다가 무엇보다 그분들도 절 마음에 들어야 하고요. 하지만 분명 (연기도) 욕심이 나는 분야니까 계속하고 싶긴 해요. 개인적인 시간을 줄여서라도요.”
개인 시간을 줄여 틈틈이 영화를 보고 연기에 대한 꿈을 꾼다는 그는 올여름 엑소의 신보 활동을 마치면 또 다른 느낌의 청춘물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운동하는 걸 좋아하는 만큼 강렬한 액션 영화에도 참여하고 싶다.
“배우로서 ‘누구처럼 되자’는 목표치는 없어요. 그건 가수 활동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데뷔했을 때부터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부분이죠. 그저 제가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건 인간적인 배우예요. 그냥 지나가다가 ‘어? 준면이 형, 준면이 오빠’라고 할 수 있는, 모든 사람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죠. 근데 확실히 배우일 때랑 엑소일 때랑은 다른 듯해요. 댓글부터 다르더라고요(웃음). 뭐, 당연한 일이죠. 전 이제 시작한 신인 배우니까요.”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