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투자자 주변국 채권시장으로 잰걸음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의 이른바 주변국이 투자자들의 열기로 뜨겁다.
글로벌 신용 투자자들이 스페인을 포함해 유로존 남부의 요주의 국가에 몰려들고 있기 때문. 연말까지 이들 지역의 채권이 최고의 수익률을 올려줄 것이라는 기대가 날로 고조되고 있다.
이들의 근거는 단순한 수급 논리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주변국 채권의 ‘사자’를 부추긴 셈.
유로존 <출처=블룸버그통신> |
22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올해 유로존 국채시장의 전체 발행 물량은 7440억유로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발행액인 7900억유로에 못 미치는 수치다.
또 만기 상환하는 물량을 감안할 때 연말까지 ECB가 사들이는 국채 규모가 신규 발행액을 넘어설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마이너스 영역으로 속속 진입한 유로존 국채시장이 더욱 커다란 수익률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극심한 저금리 환경에 채권 투자로 이자 소득을 창출하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주어진 선택 사항은 두 가지밖에 없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전했다. 장기물 채권에 집중 투자하거나 신용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에 베팅해야 한다는 얘기다.
ECB가 채권시장에서 유일한 ‘선수’는 아니지만 다른 요인이나 세력에 비해 지배적인 영향력을 지닌 만큼 투자 전략에 절대적인 변수라는 것이 전략가들의 주장이다.
이달 초 ECB는 월 600억유로 규모인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200억유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비금융권의 우량 회사채 역시 매입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로 인해 연초 위기 상황을 연출했던 신용시장이 커다란 전환을 맞았다. 터키를 포함한 일부 국가와 AB인베브 등 기업들이 채권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것은 정책 효과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신용 트레이더들이 유로존 주변국으로 몰려드는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ECB의 정책에 따른 유동성 공급과 투자심리 개선에 따라 관련 채권시장이 쏠쏠한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다.
닉 가트사이드 JP모간 애셋 매니지먼트 글로벌 채권 헤드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정책에 따른 주변국의 잠재적 보상이 상당히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 채권이 올해 5%의 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산 가운데 하나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독일 대비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올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지 못할 이유를 생각할 수가 없다”며 “플러스 수익률에 대한 수요가 자리잡고 있는 데다 ECB라는 강력한 매수 세력이 뒷받침하고 있고, 수급 불균형까지 삼박자를 갖춘 시장”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0.2%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와 달리 같은 만기의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수익률은 각각 1.3%와 1.4% 내외에서 등락하는 상황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