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후퇴·중국 부양책 '반짝 효과'…펀더멘털 '아직'
[뉴스핌=김성수 기자] 글로벌 경기 흐름을 잘 반영해 '닥터 코퍼(Dr. Copper)'라는 별칭을 얻고 있는 전기동(구리) 선물 가격이 올 들어 7% 넘게 급등했지만, 완연한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속단은 금물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21일 JP모간을 비롯한 상당수 투자은행 분석가들이 제출한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구리에 대한 수급 여건을 비롯해 시장의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근본적인 변화는 아직 없다는 점에서 현재 구리 가격 반등을 지탱할 요인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전기동 선물 가격은 올 들어 7.25% 반등한 상태지만, 이는 달러 강세가 주춤해져 구리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가운데 중국 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실시하면서 일시적으로 반등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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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구리 가격 추이 <사진=블룸버그통신> |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집계하는 미 달러 지수는 올 들어 3.9% 하락했다. 국제시장에서 구리 값은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구리 값은 자연히 해외 투자자들에게 매력도가 높아진다.
또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p) 낮추는 추가부양책을 단행하면서 경제성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JP모간의 나타샤 카네바 금속 담당 연구원은 "현재 구리 값 상승은 투자 심리가 일시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지 펀더멘털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반등 랠리가 지속되는것 아니냐는 기대를 일축했다.
그는 "최근 주식시장과 원유시장, 금속시장 등은 다같이 상승하면서 상관성이 높아졌다"며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부양책을 실시해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덕분"이라고 말했다.
구리의 수급 요건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부정적 신호다. 전 세계 구리 수요의 45%를 차지하는 중국은 현재 수출과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소비와 서비스업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중국 경제에서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구리 수요가 줄어들 것임을 시사한다.
반면, 작년에는 전 세계 구리 공급량이 전년대비 4.1% 증가하는 등 공급은 오히려 늘고 있다. 칠레와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구리 생산국인 페루는 지난 1월에 구리 생산량을 연간 기준 44% 늘렸다.
바클레이즈의 분석가들은 "페루에서 두 군데의 구리 광산이 확장되고 있다"며 "엘니뇨 효과도 완화된 가운데 칠레의 구리 생산은 앞으로도 증가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JP모간의 카네바 연구원은 "구리 시장의 수급 상황은 현재의 높은 가격을 정당화할 만큼 개선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