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친구 용비(지수), 지공(류준열), 두만(김희찬)은 입대를 앞둔 상우(김준열·엑소 수호)의 배웅을 위해 오랜만에 여행을 떠난다. 모처럼 일상에 벗어난 이들은 어른이 된 설렘에 한껏 들뜬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우연히 위기에 처한 여자를 구하려다 시비에 휘말리고 순식간에 네 명은 사건의 주범이 된다. 무심한 어른들은 그저 진실보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세상에는 친구보다 지킬 것이 더 많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찬란하게 아름다운 날을 뜻하는 영화 ‘글로리데이(Glory day)’의 영어 제목은 ‘원 웨이 트립(One way trip)’이다. 번역하자면 돌아올 수 없는 여행. 두 제목이 주는 인상이 상이한데 영화의 내용에 근접한 건 후자다. 순수하고 정의로운 청춘이 아닌 그들의 진심이 만든 비극에 방점이 찍히기 때문이다.
밝고 희망적인 영화가 아니니 이상적인 청춘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어쩌다 웃다가도 이내 웃음이 거둬지는 것도, 간혹 지어지는 그 웃음 끝에 쓸쓸함이 묻어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최정열 감독이 그린 청춘 영화 속 그것은 우리가 알던 모습이 아니다. ‘글로리데이’ 속 청춘은 패기와 용기 대신 후회와 좌절, 그리고 무력함으로 가득찬 존재다.
당연히 이 청춘들을 통해 희망적 메시지를 얻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다만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부조리한 세상을 깨부수지 못하고 그들을 닮은 어른이 돼가는 이들을 통해 관객은 청춘의 오늘과, 청춘의 미래를 짓밟아 버린 어른과 사회에 책임을 묻게 되고 나아가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그러니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의미에서는 더 없이 희망적인 작품이다.
예기치 못한 지수의 폭발적인 에너지나 그간 본 적 없던 류준열의 또 다른 모습은 ‘글로리데이’의 백미다. 라이징 스타에서 대세가 된 이들 배우는 초반부 꿨던 희망이 좌절과 낙담으로 바뀌기까지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죄책감, 분노, 배신감 등 어떤 감정 표현도 억지스럽지 않다. 다만 높아진 기대치를 또 한 번 충족시킨, 기대 이상의 배우가 있는가 하면 기대 이하의 연기력을 보여주는 이도 있다. 물론 티켓 파워는 연기력과 상반될 테니 판단은 관객 몫이다.
덧붙이자면 ‘글로리데이’는 슬로우 모션으로 그린 동해안 해변을 달리는 네 친구의 모습을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 똑같이 삽입했는데 여운이 꽤 강하다. 사건을 급격하게 마무리 짓는 감은 있지만, 이 마지막이 모든 아쉬움을 대신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24일 개봉.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엣나인필름>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