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대우건설 등 주택분양 흥행에 현금성 자산 급증..땅 매입엔 미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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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동훈 기자] 대형 건설사들이 작년 주택분양 호황과 미청구공사 축소 등에 힘입어 현금성 자산을 크게 늘렸다.
신규 분양이 잇달아 ‘완판’됐고 미분양도 줄자 분양 수익이 크게 늘었다. 발주처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미청구공사도 상당부분 회수했다.
건설사들은 늘어난 현금성 자산을 신규 사업 투자 대신 일단 보유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외 건설경기 불황에 따라 신규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상품 취득이나 신수종 사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또 회사채 신규 발행 및 차환이 쉽지 않다는 점도 현금을 보유하려는 이유로 꼽힌다.
17일 건설업계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대형 건설사들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년 새 최대 2배 넘게 늘었다.
현대산업개발은 현금성 자산이 지난 2014년 말 2478억원에서 2015년 말에는 5476억원으로 1년새 120.9% 증가했다. 현금성 자산 내역을 공개한 지난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주택분양이 순조로웠던 것이 현금성 자산 확대로 이어졌다. 작년 분양수익금은 1조4762억원으로 전년동기(1조2923억원) 대비 14.2% 늘었다. 미분양이 줄자 매출채권도 1년새 1149억원 줄었다.
대우건설은 현금성자산이 2014년 말 3256억원에서 작년 말 5390억원으로 65.5% 증가했다. 이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 2011년 7000억원대에서 3년 연속 감소하다가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3만1000가구 주택을 분양해 대형사 중 가장 많은 분양실적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분양 성과가 좋아 현금성 자산이 풍부해졌다. 매출채권도 2014년과 비교해 441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대림산업 역시 현금성 자산은 1조3724억원에서 2조1679억원으로 58% 가량 늘었다. 현대건설도 1조312억원에서 1조891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현대산업 관계자는 “작년 주택분양 시장이 성공적으로 진행됐고 매출채권도 줄어 현금성 자산이 1년새 2배 넘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금성 자산은 늘었지만 건설사들은 부동산 매입을 비롯한 주택사업 투자에 신중한 분위기다. 주택경기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땅 매입을 해도 사업 진행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 수도권 내 노른자위 땅은 사실상 개발이 마무리됐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건설사들은 신규 사업을 위한 부동산 매입보단 금융상품 취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작년 투자부동산에 36억원을 썼다. 반면 단기 금융상품에는 3349억원을 묻었다. 1년전과 비교해 684억원 늘어난 규모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도 부동산 매입이 거의 전무하다.
현대산업 관계자는 “단순히 분양사업을 위한 토지 취득보다는 부동산자신관리, 인수합병(M&A) 등 새로운 사업진출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건설사 회사채가 금융시장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는 점도 건설사들이 현금성 자산을 선호하는 이유로 풀이된다. 건설업종 불확실성에 신규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차환 발생도 쉽지 않아 만기 도래한 회사채는 사내 유보금으로 갚아나가는 실정이다.
해외수주 불안도 신규 투자에 발목을 잡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대부분 전체 매출에서 해외비중이 절반이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유가 하락과 수주경쟁 심화 등으로 해외수주가 줄자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 올해 들어 17일 기준 국내 기업의 해외수주액은 81억달러(한화 약 9조5100억원)로 전년동기(120억달러) 대비 33% 줄었다.
대형 건설사 한 임원은 “상위 건설사들이 땅을 매입해 시공까지 하는 자체사업을 꺼리고 있어 최근 토지매입에 사용되는 현금이 크게 줄었다”며 “회사채 신규발행도 까다로워 사내 유입된 현금은 신규 투자보단 유보금으로 쌓아두거나 단기 금융상품에 묻어두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