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거부하면 저유가 비난 회피 가능
우호적 러시아-이란을 '충돌'로 유도
[뉴스핌= 이홍규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산유량 동결 제안에는 이란을 압박하는 전략적 포석이 깔려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4일 투자은행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만은 보고서에서 "사우디는 이란이 생산량 동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사우디의 동결 제안은 전략적으로 매우 귀중하다"고 진단했다.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장관 <사진=블룸버그통신> |
해리만은 이에 대해 2가지 근거를 제시했는데 첫 번째는 이란이 동결을 거부함으로써 저유가에 대한 비난을 자국이 아닌 이란에게 돌릴 수 있다는 점. 두 번째는 이를 통해 러시아와 이란 간 이해 충돌을 빚어낼 수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이란과 러시아는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등 정치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왔다. 하지만, 이들 경제가 원유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두 국가가 원유 문제로 충돌할 경우, 러시아의 반발에 의해 이란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날 알렉산드로 노박 러시아 석유장관은 러시아 경제계 인사들로 이뤄진 방문단과 함께 이란을 방문했다. 주요 외신들은 이를 두고 러시아가 생산량 동결을 위해 이란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해리만은 이 밖에도 사우디가 동결 제안을 하는 데 대해 "제안 자체만으로 유가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고 또, 이미 1월에 사우디와 러시아가 생산량을 높여 놓은 상황이어서 이런 제안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사우디와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은 역대 최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해리만은 산유국 간 합의로 미국 셰일업체는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해리만은 "유가를 높이기 위한 어떤 합의가 나오더라도 미국 셰일 업체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셰일업체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0달러로 추산되는데, 이는 2년전 60달러보다 낮아진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노박 장관은 비잔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과 회담한 뒤 산유량 동결을 원치 않는 이란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해리만은 "만일 이란이 섣불리 산유량 동결에 나설 경우, 이란의 핵포기는 아무것도 아닌게 된다"고 논평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