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임금 감소, 고용 질 저하 VS 달력 효과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신규 고용과 시간당 임금 하락을 골자로 한 2월 미국 비농업 부문 고용 지표가 15~16일 통화정책 회의를 앞둔 연방준비제도(Fed)와 금융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문제는 시간당 평균 임금 감소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난달 임금은 전월에 비해 0.1% 줄어들었다. 임금이 감소한 것은 2014년 말 이후 처음이다.
채용 공고를 살피는 구직자들 <출처=블룸버그통신> |
이를 두고 월가의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기술적인 문제일 뿐이며, 과소평가됐을 여지가 높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팬턴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이코노미스트는 4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상당수의 기업들이 15일 급여를 지급하는데 지난달 15일은 프레지던트 데이 연휴였고, 이 때문에 급여 지급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15일이 급여 산출에서 제외됐던 과거 10건의 사례 중 9건에 걸쳐 월간 고용 지표의 시간당 평균 임금이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모간 스탠리와 BLS 등 월가의 투자은행(IB)들이 지난달 임금 감소가 소위 ‘달력 효과’일 뿐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반면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상이한 주장을 펼쳤다. 지난달 시간당 평균 임금이 감소한 것은 교육 부문을 포함해 연봉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업종의 고용 증가가 두드러진 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다.
예상 밖의 임금 감소는 비농업 부문의 신규 고용이 24만2000건에 달하는 증가를 기록한 것과 별개로 고용의 질이 저하되는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평가다.
시간당 평균 임금 추이는 민간 소비와 인플레이션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변수라는 점에서 연준 정책자들이 주시하는 지표다.
이 때문에 지난달 고용의 헤드라인 수치와 임금 감소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둘 것인가를 둘러싸고 시장과 정책자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출처=블룸버그통신> |
미국 투자매체 CNBC에 따르면 지표가 발표된 직후 블랙록은 연준의 금리인상 압박감이 한층 완화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RBS를 포함한 그 밖에 IB들은 이번 지표를 근거로 4월 금리인상을 점치고 있다. 케빈 커미스 RBS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4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3월을 제외한 이후 회의에서 언제든 긴축을 단행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바클레이즈와 프리퀀시 이코노믹스 역시 이르면 4월 연준이 두 번째 금리인상을 실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 지표 역시 혼조 양상을 보였다. 미국 국채 수익률은 상승했다. 이날 장중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90%까지 상승했다.
미국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이번 고용 지표 발표를 계기로 진정된 데다 금리인상 기대감이 번진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달러화는 일정한 방향을 찾지 못했다. 유로화에 대해 달러화는 장중 0.4% 가량 하락, 한 때 유로/달러 환율이 1.10달러까지 올랐다. 반면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 0.3% 가량 오름세를 나타냈다.
신규 고용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실었지만 임금을 포함한 세부 항목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로 해석된다.
장 후반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0.3% 내외로 완만한 오름세를 나타냈다. 최근 며칠 관망세로 일관하며 고용 지표를 기다렸던 투자자들은 여전히 뚜렷한 방향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월가는 당장 이달 열리는 회의에서 연준이 긴축을 단행하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정책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제시하는 점도표 변화를 통해 이번 고용 지표에 대한 연준의 평가 및 향후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힌트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발표된 점도표에서 정책자들은 올해 네 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이 수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